가장 클래식한 K팝 걸그룹…레드벨벳, '퀸덤'인 이유
기사내용 요약
1~2일 케이스포돔서 네 번째 단독 콘서트…1만4천명 운집
월드투어 시작…10개 도시 13회 공연 예정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레드벨벳(Red Velvet)'은 K팝 걸그룹 중 가장 클래시컬한 정서를 깔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네 번째 단독 콘서트 '레드벨벳 4th 콘서트 : 알 투 브이(Red Velvet 4th Concert : R to V)' 오프닝 영상에서 바흐 'G선상의 아리아'를 사용하고 클래식을 샘플링한 '필 마이 리듬'('G선상의 아리아')·'버스데이'(조지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샘플링)와 같은 '클래식 연작'을 발표해서만은 아니다.
K팝 걸그룹 본질적 요소에 속하는 레드(강렬함)·벨벳(우아함) 등에 정확히 가닿기 위해 노력하는 그 태도야말로 고전적이다. 제목에서부터 이런 이미지를 녹여낸 이번 콘서트 '알 투 브이'가 그 입증의 무대였다.
팬데믹 등의 여파로 무려 3년5개월 만에 열린 콘서트. 그간 히트곡이 다수 쌓인 만큼 풍성했다. 아이돌 콘서트업계 성지로 통하는 케이스포돔에 처음 입성했는데, 개별 무대 없이 단체곡에만 집중한 응집력이 돋보였다.
특히 '포즈(Pose)', '베그 포 미(Beg For Me)', '줌(ZOOM)'으로 이어진 메가크루와 함께 한 오프닝 무대는 큰 공연장 스케일에 걸맞은 역동적 퍼포먼스였다.
'피카부(Peek-A-Boo)' '배드 보이(Bad Boy)' '사이코(Psycho)'로 구성된 '관능 연작'은 육감적이었다.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 '밤볼레오(BAMBOLEO)' 'LP'로 이어진 '페스티벌 연작' 무대에선 멤버들은 성큼 찾아온 봄을 의인화한 듯했다. 화려한 분홍 의상을 입은 자신들을 웬디는 "인간 벚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롤러코스터' '빨간 맛' 등 다소 실험적인 곡도 대중적으로 소화하는 게 데뷔 9년차 레드벨벳의 저력이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광야'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SMCU'를 만들어 나가는 가운데도 레드벨벳은 결이 달랐다. 다른 팀들이 가상세계로 걸어갈 때, 이들은 고전을 탐닉했다. '필 마이 리듬' 뮤직비디오에서 명화를 오마주한 것이 보기다. '유명'해지기보다 '유일'해지고 싶어하는 걸그룹처럼 보이기도 했다.
레드벨벳이 한때 '트레블'로 묶였던 3세대 K팝 걸그룹 대표주자들인 트와이스·블랙핑크에 비교해 해외 차트에선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 팀이 특별한 건 이처럼 부정할 수 없다.
이제 해외에서 더 주목 받는 것도 시간 문제다. 서울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요코하마, 마닐라, 방콕, 자카르타, 파리, 베를린, 암스테르담, 런던 등 총 10개 도시 13회 공연의 글로벌 투어를 진행한다. 오는 6월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 축제 '프리마베라 사운드 2023(Primavera Sound 2023)'에 출연한다. K팝 그룹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레드벨벳이 더 특별한 지점은 무대 도중 누가 센터에 서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고전적 아름다움을 지닌 외모의 아이린이 센터일 경우 명화 같은 느낌을 준다. 올라운더 슬기가 가운데 자리 잡으면 팀은 유독 균형감이 잡힌다. 이번에 복근·등근육을 자랑하며 여성 팬들을 놀라게 한 웬디는 가창력과 쾌활함으로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준다. 상큼한 이미지의 조이가 센터에 자리잡으면 공연장에 "꽃가루를 날려" 환기가 된다. 사랑스러운 막내 예리는 여백의 미를 만들어 채울 줄 안다. 이런 매력에 레드벨벳 팬덤엔 여성이 유독 많고 국적·인종도 다양하다.
레드벨벳이 사랑 받는 건 역동적이고 섬세한 무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역량도 있겠으나, 표현력이 무대로 변환되는 순간들이 투명한 까닭도 있다. 애써 꾸밈이 없고 그게 본질적인 고전미를 풍긴다. 멤버들과 무대 사이의 언문일치다. 레드벨벳이 '퀸덤(Queendom)'의 지위를 놓치 않는 이유다.
이번 콘서트에선 메가크루를 이용해 다음 무대 막의 분위기를 예고해주는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온라인에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던 '더 ReVe 페스티벌 2022 버스데이' 음반 케이크 버전 모양을 닮은 원형 무빙 무대 사용도 눈길을 끌었다. 전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이번 콘서트는 각각 7000명씩 양일간 1만4000명이 운집했다.
봄 기운이 물씬 풍기는 콘서트였지만 사실 레드벨벳은 어떤 계절이든 어울리는 그룹이다. '필 마이 리듬'이 봄, '빨간 맛'이 여름, '배드 보이'가 가을 그리고 '버스데이'가 겨울을 대표할 수 있는 곡인 만큼 '포시즌 퀸'이라 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콘서트에서 새삼 깨달았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레드벨벳.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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