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계약도 척척…미국 본토에서 중국과 '맞짱' 뜬다 [긱스]

이시은 입력 2023. 4. 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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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잇단 수출계약
주문·결제부터 요리·서빙까지
클라우드, 자율주행 기술 접목

일손 없는 美 '자동화' 바람
"기술 갖춘 한국 업체에 기회"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알바(아르바이트)’ 구하기 어렵다는 말,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국내에 국한된 현상은 더욱 아닙니다. 코로나19를 거쳐오며 미국 역시 노동시장 불균형에 직면했습니다. 국내 자동화 소프트웨어(SW)와 로봇의 미국 현지 식당 도입이 늘어난 이유입니다. 활약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무기’와 현지 경쟁에서 기회를 갖게 된 구체적 배경을 한경 긱스(Geeks)가 분석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스타트업이 미국 본토의 식당 자동화 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주문·결제, 요리, 서빙까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기기와 시스템을 개발해 수출 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 현지 외식업계의 일손 부족, 근로자 임금 상승 현상과 맞물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무장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문·결제 ‘완전 자동화’ 시대

먼슬리키친의 공유주방형 푸드코트 분당휴맥스점 전경. 국내 사업장에선 지난 2021년부터 자체 주문·결제 앱과 비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한 자동 정산 모델을 실험해 왔다. 먼슬리키친 제공.

2일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외식 플랫폼 스타트업 먼슬리키친은 최근 미국 뉴욕의 판매자 관리 시스템(POS) 업체 포스파트너와 레스토랑 디지털 운영 솔루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총 815만달러(약 106억원) 규모다. 클라우드 기반 키오스크, POS, 주문 접수 채널(모바일 앱)을 한데 묶은 자동화 시스템이다. 이달부터 뉴욕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먼슬리키친은 아이리버 대표를 지낸 김혁균 대표가 2018년 창업했다. 주 사업 모델은 외식 창업자가 공간을 빌려 쓰는 ‘공유주방형 푸드코트’ 운영이다. 소속 식당은 지난해 기준 130개다. 누적 투자금액은 313억원 상당이다. 

자동화 모델 도입은 김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생각해온 아이디어다. 그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외식업이 고용 없이 운영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문 접수와 결제 행위는 완전히 자동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그동안 점포 데이터를 쌓았다”고 했다. “키오스크든, 고객의 모바일 단말이든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될 수 있는 정산 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솔루션에는 고객관계관리(CRM) 기능과 미국 각 주의 세율 및 팁 금액을 반영하는 시스템도 반영했다. 추후 미국 현지 배달 중개업체 시스템을 연동해 식당의 음식 배달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가성비’ AI 로봇 수혜

베어로보틱스는 국내에 생산공장을 두고 미국 40개 주에 서빙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구글 출신인 하정우 대표가 2017년 창업했다. 지난달엔 화성 탐사로봇에 사용되는 기술을 적용한 ‘서비 플러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울퉁불퉁한 바닥을 넘어가고, 1회에 16개 접시를 운반한다. 베어로보틱스 관계자는 “미국에선 식수 인원이 많은 대형 식당에 활용도가 높다”고 전했다.

미국 수출에 성공한 로봇 업체가 공통으로 내세우는 다른 장점은 자율주행 기술이다. 로봇 스스로가 라이다(LiDAR) 센서와 카메라 등을 통해 식당 구조를 학습하고, 장애물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토종 로봇 스타트업 알지티의 ‘써봇’도 같다. 인공지능(AI) 서빙 로봇인 써봇은 이달 미국 하와이와 조지아주의 대형 외식업체와 수출 계약을 완료했다. 조리 로봇도 AI가 대세다. KAIST 출신 황건필 대표가 창업한 에니아이는 햄버거 패티를 AI가 구워주는 ‘알파 그릴’ 로봇을 만든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상공회의소와 협력해 현지 레스토랑의 실증 기회를 얻었다.

 3만원 향하는 美 최저 시급

미국은 올해 20개 이상의 주가 최저임금을 인상을 추진했다. 정부의 최저임금 기준은 7.25달러(약 9500원)지만, 상당수가 10달러(약 1만3100원)를 넘어섰다. PAYCOR 제공.

국내 식당 자동화 업체들이 수혜를 누리는 이유는 미국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며 미국의 노동 초과수요는 530만 명, 이탈 노동력은 350만 명 수준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최저임금 역시 상승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에선 패스트푸드업 최저 시급을 최대 22달러(약 2만8500원) 인상하는 법안이 마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시행이 연기된 상태로, 내년 11월 주민투표를 거칠 예정이다.

로봇 업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 혜택도 받는다. 국내서 생산된 산업용 로봇군(HS코드 기준)은 소수 품목을 제외하곤 별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수출 시장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국가는 중국이다. 특히 푸두테크놀로지 등 로봇 제조 업체는 이미 국내 서빙 로봇 시장의 최소 70%를 장악했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업체는 미국 수출 시 25% 관세가 부과된다. 국내선 가격으로 중국과 다투지 못했지만, 미국 본토에선 경쟁할 수 있는 셈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면서 특히 숙박업과 식음료 업계 일손 부족 현상이 커졌고, 한국의 식당 자동화 업체는 기술력에 비해 제조 단가가 싸 현지 회사들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다”며 “미국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 기회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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