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언 땅 녹이며 피는 얼음새꽃 같은 시

박영서 2023. 4.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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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온 이동우 시인의 첫 시집이다.

2015년 전태일문학상 수상 당시 소감으로 "이 땅에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야생화, 얼음새꽃 같은 시를 쓰겠다"라고 밝힌 그의 시선은 줄곧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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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이동우 지음 / 창비 펴냄

"테이블마다 넘치는 미소엔 / 송곳니가 감춰져 있다 / 비명을 씹는 우아한 몸짓들 / 요리사들이 종일 뛰어다니지만 / 세상의 허기는 여전해 / 레스토랑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시 '식탐에 관한 몇가지 소문' 중).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온 이동우 시인의 첫 시집이다. 2015년 전태일문학상 수상 당시 소감으로 "이 땅에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야생화, 얼음새꽃 같은 시를 쓰겠다"라고 밝힌 그의 시선은 줄곧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향하고 있다.

제1부 '당신의 안부를 물었다'는 기후, 동물, 육식을 다룬다. 시인은 기후재난의 불길을 인간이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라는 의미로 '방화'라고 쓰고, 이러한 비극이 자본주의의 식탐과 폭력적인 난개발에 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생명의 '자맥질'을 계속할 수 있는 생명의 순환을 떠올린다.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제2부 '슬픔 없는 나라로'에서 시인은 팬데믹 시대 불안전한 세상으로 내몰린 '새로운 노동계급'에 대해 사유한다. 시집에는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가 등장한다. 배달·택배·청소·콜센터 노동자, 경비원 등이다.

시인의 시선은 비단 '지금-여기'의 현실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제3부 '밤이라는 빈칸'에선 제주 4·3, 여순 사건,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세월호 참사 등 뼈아픈 과거의 흔적들을 더듬어가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다.

1998년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인 김해자는 추천사에서 "생명에 대해, 타자에 대해, 계급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편들이 서늘하고 묵직한 울림으로 와닿는다. 이 시집은 인류와 지구가 당면한 비극적 현실에 대한 냉철한 문제의식이 깃든 '최초이자 최후의' 진술서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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