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팬덤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 TV광고 좋아하던 공대생 삶을 바꾸다

이윤희 2023. 4. 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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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서 '그래서 브랜딩…' 저자 '라운즈' 총괄이사 전우성
삼성전자·네이버·29CM 거치며 켜켜이 쌓인 '브랜딩 노하우'
"누가살까" 했던 제품 품절에 충격… "이제 트렌드 만드는 시대"

붉은 벽돌에 'SUPREME',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졌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 걸 만드는 사람이 있고 사려는 사람까지 있다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30달러에 출시된 이 제품은 순식간에 품절. 리세일(재판매) 사이트에서는 값이 더 뛰어1000달러대에 팔리기도 했고, 출시된지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거래되고 있다. 브랜드의 힘에 대해 어렴풋이 깨닫는 '사건'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마케팅이란 말은 산업계 전반에서 통용되는 주효한 전략이자 오래된 '유행어'가 됐다.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활동의 과정을 마케팅이라고 부르며 기업들은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수프림 벽돌'의 시대. 브랜딩의 시대다. '무엇을' '또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해 세심하고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것만으로는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폭발적인 힘을 지니는 것이 브랜드다. 수프림 전철 카드, 수프림 소화기, 수프림 무쇠 후라이팬, 프라다 클립, 구찌 지우개...브랜드가 강력하다면 그게 무엇이든 팔린다.

여기에 대해 "브랜딩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라는 아이웨어 브랜드 '라운즈(ROUNZ)'의 전우성 브랜딩 총괄이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은 기획자들에게 필독서로 알려진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와 '마음을 움직이는 일'의 저자인 그는 삼성전자, 네이버를 거쳐 온라인 셀렉트샵 29CM, 스타일쉐어 등의 브랜딩 디렉터로 마케팅 활동을 총괄했다. 현재 아이웨어 브랜드 '라운즈' 브랜딩을 책임지고 있다.

"평범한 아이였어요. 별난 점이라고는 TV 광고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는 것 말고는. 공대 졸업 후 삼성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를 했는데 부서 배치 전 신입사원 교육 기간이었어요. 그때 인사담당자가 저에게 갑자기 마케팅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당황스러웠죠. 근데 제가 TV 광고 보는 것을 좋아했잖아요? 그저 마케팅이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정으로 공대 출신 신입 엔지니어의 커리어는 완전히 바뀌었다. 삼성전자 마케팅 부서에서 2년을 보낸 그는 내친 김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런던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마쳤다.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입사한 곳이 바로 네이버(당시의 NHN)였습니다. 그 곳에서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해서 눈을 떴죠 당시 네이버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어요. 그래서 실제 브랜딩 관련 많은 작업을 진행했고 당시 드물던 브랜딩 관련 서적들도 닥치는대로 보았습니다."

네이버를 퇴사하고 29CM로 입사해 브랜딩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달면서는 더욱 공격적으로 브랜딩 활동을 진행했다. 이벤트 프로모션부터 새로운 서비스 런칭까지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냈다. 29CM의 인지도와 호감도 역시 함께 성장했다. 사람들이 그를 브랜드,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브랜딩 전문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케팅은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보는 제품 광고가 여기에 해당하죠. 우리 제품이 왜 좋은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혹은 타사 대비 얼마나 가격이 저렴한지를 직접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혹은 잠재고객에게 보여주어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죠."

브랜딩은 다르다.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누군가 침대 하나를 구매하려 백화점에 갔다고 생각해보세요. 다양한 침대 브랜드의 매장들이 있을거에요. 그렇다면 오늘 하루만 파격가로 세일을 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하지만, 어떤 침대 브랜드는 서울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요. 그곳엔 침대가 진열되지 않습니다. 대신 그 브랜드가 지양하는 모습, 즉 그 브랜드가 가지고 싶은 이미지의 인테리어를 갖춘 매장과 함께 그 연결선상에서 다양한 굿즈들을 진열, 판매했죠. 사람들은 그들의 개성 넘치는 팝업 스토어에 흥미를 느꼈고 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기 시작해요. 시몬스 팝업 스토어 이야기입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설명이었다. "물론 그래서 침대를 사는 사람에게 가장 눈에 띄는 매장이 시몬스일까요? 물론 모르죠. 하지만 시몬스는 그들의 머릿속에 분명히 있을 거에요. 이것을 통해서 그들은 시몬스를 샀을까요? 역시 모를 일입니다. 시몬스의 전국의 매장을 대폭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마케팅과 다르게 브랜딩은 자기만의 개성을 단단히 만들어 끊임없이 고객에게 전달하고 그들의 팬을 만드는 행위인거죠."

라운즈에 합류해서 한 일도 안경 쇼핑몰의 리브랜딩 작업이다. 국내 안경시장의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지만 브랜드의 인지도는 아직 낮았다. "라운즈만의 핵심 경험은 온라인 안경 쇼핑몰이란 것도 4000여개의 안경과 선글라스나 저렴한 가격도 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라운즈앱에서만제공하고 있는 '실시간 가상 피팅' 기술을 앞세워야 겠다고 판단했죠. 우선 앱에서의 첫 경험을 일반 쇼핑몰의 전형적인 홈의 모습에서 탈피, 첫 화면을 가상피팅 기능으로 바꾸고 라운즈의 시각적인 아이덴티티도 새롭게 바꿨습니다. 브랜드의 로고부터 컬러, 폰트 그 외의 디자인적인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꿨습니다."

우선 타깃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앱 다운로드 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이와 함께 앱 활동성 수치(MAU)와 가상 착용 활동 수치, 즉 사람들이 실시간 가상 착용을 경험하는 수치 역시 매달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그가 꼽는 가장 브랜딩에 성공한 기업은 어디일까. "하나만 뽑으라고 하면 젠틀몬스터를 얘기합니다.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보면 안경 브랜드 매장보다는 마치 무슨 멋진 전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물론 그런 이미지는 제품에도 고스란히 녹여져 있죠. 심지어 젠틀몬스터가 운영하는 카페 누데이크의 디저트에까지 젠틀몬스터의 예술혼과 실험정신이 그대로 들어가 있더라고요."

최근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이 그들의 원래의 스토어 형태가 아닌 전혀 다른 형태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는 트렌드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반드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에요. 너도 나도 팝업 스토어를 낸다면 그것의 희소성이나 매력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이제는 그런 방식이 업계에서도 신선한 브랜딩 혹은 마케팅 시도로 인정 받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닌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라고 힘 주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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