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하야시 첫 대면회담…관계 개선 의지에도 현안마다 이견 표출
중국을 방문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2일 베이징에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했다. 일본 외무상의 중국 방문은 2019년 11월 이후 3년4개월만이다. 2021년 11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 출범 이후로 양국 외교 장관이 대면 회담을 가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지속적인 소통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일본인 문제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미·일 동맹의 대중 견제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이견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이날 친 부장과 하야시 외무상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겨 4시간 가량 회담을 했다. 친 부장은 회담에서 “중·일 관계에는 기회도 있고 도전도 있다”며 “양측은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를 방해하는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야시 외무상도 “일본은 올해 일·중평화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을 맞아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두 사람이 첫 대면 만남에서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이지만 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친 부장은 우선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인류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야시 외무상은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정성을 설명하고 중국 측의 반발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 부장은 일본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기로 하는 등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회담에서 “미국이 일본 반도체 산업을 잔혹하게 억누르던 집단 따돌림의 낡은 수법을 이제는 중국에 쓰고 있다”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해서는 안 되며 호랑이를 위해 앞잡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친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일본 측은 대만 문제에 간섭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주권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대만과 양측 집권당이 외교·국방 문제를 다루는 안보 대화를 2년만에 재개하는 등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하야시 외무상은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친 부장에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동시에 지난달 베이징에서 방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일본 제약회사 직원의 조기 석방과 다른 구속 일본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친 부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중국 측은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이 관계 개선과 소통 의지를 피력했지만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힌 만큼 실질적인 관계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두 사람이 한·중·일 협력과 한반도 정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등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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