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는 제외… 인천 ‘청년통장’ 반쪽 지원

박귀빈 기자 2023. 4. 2. 18:36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장등록업체 근로자만 신청 가능
대상 확대 촉구에 “예산문제” 일축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인천시청 본관 전경. 인천시 제공

 

“하청업체 소속이라 근로조건도 열악한데… 청년 지원 혜택도 못 받는다니 억울합니다.”

인천 부평구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사내하청 소속으로 일하는 A씨(33)는 최근 인천시의 ‘드림for통장’을 신청하려다 실패했다. A씨의 회사는 공장등록이 없어 신청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사내하청 소속이라 못 받는다고 해 억울하고 소외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인천시가 청년 노동자의 장기근속과 목돈마련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진행하는 ‘드림for청년통장’사업은 노동자가 3년 동안 달마다 10만원씩 저축하면 3년 후 인천시 지원금 640만원을 매칭해 1천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공장등록을 한 업체 소속 노동자만 신청이 가능하고, 공장등록이 없는‘사내하청’ 소속 노동자는 신청할 수 없다.

자체 공장이 없는 영세기업들은 공장등록 없이 원청의 공장에서 사내하청 형식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소속 근로자들이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반쪽 지원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장 등록 여부와 상관 없이 적법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면 누구나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0년 인천시가 조사한 ‘인천지역 제조업 노동실태조사’의 응답자 중 약 28.1%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라고 응답한 만큼, 전체의 약 30%에 해당하는 노동자 약 5만 명이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방민희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미조직사업부장은 “제조업에서 일하는 인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제조업의 실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한 후 청년 지원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최저임금과 고용불안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정책의 아이러니”라며 “정책을 만든 타당성이나 취지에 어긋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시가 지원 사업 대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내하청 등의 소속 노동자들의 고충은 알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지원 대상을 좁혀야 했다”고 했다. 이어“올해 사업 검토를 면밀히 해서 내년부터는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