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바이오 데이터 빗장 잠근 美·日·EU… 韓, 산업경쟁 도태 우려

이준기 2023. 4. 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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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데이터 연맹 고착화 가속
韓·中 등 신흥국가 진입 막아
중국, 연합 가입에 물량 공세
한국도 글로벌 협력 보폭 넓혀

최근 미국·유럽·일본 등 소수 선진국들이 그들만의 바이오 데이터 동맹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국가가 소외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 기술 혁신의 근간으로 데이터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바이오 데이터 패권이 이들 국가 중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유럽·일본이 빗장을 더욱 굳게 걸어 잠그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바이오 데이터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똘똘 뭉쳐 '바이오 데이터 패권' 지키기 나선 美·유럽·日=2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바이오 강국인 미국·EU·일본이 1990년대부터 바이오 데이터 협력을 이어온 데 이어 최근 삼국 동맹을 더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구축·운영하는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 협력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한 이들 국가는 자국 바이오 데이터 안보 측면에서 우리나라, 중국 등 다른 바이오 신흥국가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바이오 데이터 생태계 진입을 막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EU·일본은 1987년 결성된 '국제염기서열데이터베이스연합(INSDC)'을 통해 삼국 간 바이오 데이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INSDC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BI), 일본 DNA데이터뱅크(DDBJ) 등 3개 기관이 결성한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 협력기구다. 전 세계 연구자로부터 염기서열,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등 두 종류의 유전체 데이터를 기관별로 등록 받은 후, 매일 3개 기관이 데이터를 상호 호환할 수 있게 일치시켜 저장·공개하고 있다. 결성 이후 36년 넘게 다른 국가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철저히 삼국 체제로만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中, 30년 넘게 유지해 온 'INSDC' 진입 '호시탐탐'=최근에는 중국이 바이오 데이터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INSDC에 가입하기 위해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국제 학술지 편집장을 역임하고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출신 미국인 연구자를 내세우는가 하면, 자국에서 대규모 바이오 R&D 투자를 통해 나오는 방대한 바이오 데이터 제공을 제시하며 INSDC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중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상황에서 대중국 견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중국의 물량 공세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천무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책임기술원(부장)은 "중국은 영향력 있는 글로벌 바이오 연구자를 전면에 내세워 INSDC 진입에 국가적인 역량을 쏟을 정도로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 협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 속에 미국·EU·일본으로 구성된 협력체계에 변화를 줘서, 3개 기관 외에 INSDC 가입 기관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INSDC 가입 기관 중 미국 NCBI는 NIH(국립보건원) 산하로, 1988년 11월 설립됐다. 유전자와 단백질 서열, 화합물 정보 등 생명정보와 관련한 데이터 기탁과 공유를 담당하며, 다양한 데이터 유형별 등록·저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유전체 정보의 90%가 미국 NCBI에 등록돼 있고, 가장 많은 데이터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BI)는 유럽분자생물연구소(EMBL) 산하기관으로 1992년 설립됐다.

현재 유럽 21개국 회원국들이 생산한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통합해 연구계와 산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과학적 수준이 높고 제공하는 바이오 데이터베이스가 다양하다. 현재 전 세계 유전체 정보의 9%가 등록돼 있다.

◇韓, 후발주자 속 '코빅' 주도로 글로벌 협력 보폭 확대=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코빅)을 중심으로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 협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021년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 구축 후 미국, EU, 일본, 중국 등 해외 바이오 데이터센터들과의 협력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코빅은 먼저 지난 2002년 결성된 ABC(아시아 생명정보 컨소시엄)에 참여해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바이오 데이터 협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매년 열리는 ABC 심포지엄을 통해 각국의 바이오 데이터 현황을 공유하고, 바이오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주제와 연구성과를 논의한다.

최근에는 각국 생명과학 연구비 지원 기관들의 연합으로 2019년 결성된 GBC(글로벌 바이오데이터 연합)를 주축으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GBC는 전 세계 바이오 데이터 자원이 잘 연합하도록 효율적인 관리 전략을 공유하고, 국제 핵심 바이오데이터 자원을 선정하기 위해 출범했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국립과학재단(NSF), 유럽 EMBL, 영국 웰컴재단, 캐나다의 게놈 캐나다, 한국의 한국연구재단 등 11개 기관이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의 한국연구재단이 옵저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코빅은 연구재단을 대리해 GBC 활동에 공식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말 프랑스에서 열린 GBC 2023에도 참가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을 알리는 데 힘썼다.

김선영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장은 "앞으로 INSDC, ABC,GBC 등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 협력 기구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우리나라 바이오 데이터 위상과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겠다. K-BDS가 국내외 저널의 데이터 저장소로 활용돼 국가 디지털 바이오 기술 혁신에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세계 각국 바이오 데이터 분야 움직임>

*미·유럽·일본, INSDC 중심 데이터 협력 강화

- 미국·유럽·일본, 글로벌 유전체 정보의 각각 90%, 9%, 1% 보유

*중국, 세계적 연구자 내세워 INSDC 가입 노력

*한국,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주도로 아시아 협력 강화,

글로벌 바이오데이터 연합 주축으로 협력 모색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을 글로벌 데이터 저장소로 활용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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