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인생은 매일이 도전, 꿈 이루려면 작전을 세워라"

서지혜 기자 2023. 4. 2.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도 다다오, 국내 첫 개인전 '청춘' 맞춰 방한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특별전
세계 최초로 본인 설계 건물서
대표작 250여점 7월까지 전시
초청강연서 미래세대 꿈 응원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3월 31일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개인전 '안도 다다오-청춘'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뮤지엄산
[서울경제]

“작전을 세우세요. 그래도 안심해선 안 됩니다.”

본태 박물관, 빛의 교회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2)가 한국에 왔다. 그는 지난 3월 31일 자신이 직접 건축한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초청 강연회 ‘꿈을 걸고 달려라’에서 “건축가로서 인생이 매일 도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도 다다오는 콘크리트, 유리, 물, 빛 등을 활용해 자연과 결합된 건축을 선보이며 현대 건축사의 거장으로 주목 받아 왔다. 도쿄(2017), 파리(2018), 밀라노(2018), 상하이(2021), 베이징(2021), 대만(2022) 등에서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이번 강연회와 함께 특별 개인전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청춘’(4월 1일~7월 30일)전시도 개막했다. 이번 개인전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대표작 250여 점을 소개하는데, 세계 최초로 안도 다다오가 본인이 설계한 건물에서 전시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뮤지엄 산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인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꿈이었다. 이 고문은 안도 다다오에게 “세상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는데, 당시 안도 다다오는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이나 걸리는 산 속에 미술관을 지으면 누가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 고문은 단호했다. 그는 “오게 만들도록 좋은 미술관을 지어달라. 꿈은 클 수록 좋다”고 말했고, 안도 다다오는 이 고문의 생전 꿈을 이뤘다. 대만의 개인전을 제외하면 그간 그의 개인전 제목은 대부분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제 80에 접어든 그는 도전보다는 꿈을 향해 달리는 ‘청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강연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꿈을 걸고 달리는 아이들을 지지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건축가로서 그의 인생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그는 고졸이고, 폐암과 십이지장 등 장기 5개를 적출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 거장이 됐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예일대, 콜롬비아대, 하버드대, 도쿄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어마어마한 재능이지만 그저 재능만 갖고 되는 일은 아니다. 안도 다다오는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작전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도 다다오가 자신의 ‘푸른 사과’와 기념 촬영 중이다. 사진 제공=뮤지엄산

아무리 아름다운 미술관을 지어도 사람들이 보러 오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안도 다다오는 미술관에 사람들을 불러 올 만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푸른 사과’라는 조형물을 설치한다. 그는 “일본 고베의 안도 미술관에도 사과를 세워 뒀다”며 “사과를 보려면 사람들은 미술관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푸른사과가 유명세를 타면서 작은 미술관이었던 안도 미술관은 하루 300~400명이 찾는 장소가 됐다. 뮤지엄 산의 입구에도 안도 다다오가 직접 제작한 ‘푸른 사과’가 있다.

하지만 좋은 전략도 예기치 못한 사고 앞에선 무기력하다. 그래서 안도 다다오는 꿈을 이루는 두 번째 방법으로 ‘안심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지난 2021년 그가 설계한 나오시마 미술관에 설치된 구사마 야요이의 설치 미술품 ‘호박’이 태풍에 날아가 파손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안도 다다오는 1998년 뜻있는 예술과들과 협업해 나오시마를 ‘현대 아트의 섬’으로 만들었고 그 일환으로 호박을 설치했다. 하지만 바다로 떠내려가 파손된 ‘호박’은 다시 회수되지 못했다. 그는 “'호박'을 붙여서 설치 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조언에 수긍이 간다.

‘뮤지엄 산’의 전경. 서지혜 기자

강연은 ‘어린이’로 끝났다. 안도 다다오는 최근 방글라데시 등에 어린이 도서관을 짓고 건축을 통해 미래 세대에 희망을 전파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는 “사회는 사람이 중심이고, 우리는 사람이 중심인 미술관을 만든다”며 “점심을 먹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