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무장 병원’서 난동부려도 업무방해죄 해당”

송원형 기자 2023. 4. 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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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개설한 불법 의료 기관인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서도 의사의 진료를 방해한 행위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A(79)씨의 상고심에서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A씨는 2016~2018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돈을 당장 내놓아라”고 소리치고 행패를 부린 혐의(업무방해·폭행)와 “줄기세포 시술을 받아봤더니 부작용만 있다. 다 사기다” 등의 발언을 한 혐의(명예훼손)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줄기세포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C씨의 업체에 2015∼2017년 총 5억여원을 빌려줬다. A씨는 또 이 연구 결과를 치료에 사용한 B씨 병원에서 수차례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이 병원은 설립자 명의가 B씨로 돼 있을 뿐 실제로는 C씨가 세운 ‘사무장 병원’이었다. A씨는 C씨가 돈을 갚지 않자 병원에 가서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렸다.

1심은 A씨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명예훼손·폭행은 유죄가 맞지만, 업무방해죄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방해받은 업무가 ‘보호 대상인 업무’여야 하는데, 2심 재판부는 불법인 ‘사무장 병원’에서 의사가 진료하는 것에 대해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업무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자격자가 의료 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서 그 진료 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의사 B씨의 환자 진료 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A씨가 병원의 일반적인 운영 외에 B씨의 진료 행위를 방해한 것인지에 대해 더 심리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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