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상장사들 이자 13조 냈다
수출악화 겹쳐 이중고
1분기 어닝쇼크 늘 듯
오는 7일 삼성전자부터 시작하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가 쏟아질 것이란 염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상장사들의 금융비용도 폭증하는 이중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 위축에 따라 실적 부담이 커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 압박 탓에 기업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일단 높아진 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했던 '이지 머니(easy money)' 추세가 최소한 올해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일 매일경제가 시가총액 상위 50대(금융사 제외)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자비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3조2764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44%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과 비교해도 34.4% 증가한 수치다. 2020년과 2021년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던 이자비용이 작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불어난 셈이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는 와중에 자금시장에서 조달금리가 폭등한 여파로 분석된다.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상장사가 많아 높은 이자 부담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자비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기업들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조사 대상 50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2020년 75조4503억원에서 2021년 134조8684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101조3619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올해 경영 실적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도체 부문에서는 평균 전망치가 영업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어닝쇼크'를 내는 기업이 늘어나고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 가운데서는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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