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보면 양극재株 오를만" "해외 동종기업보다 18배 고평가"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4. 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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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소재 대장주 과열논란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세부지침이 발표되면서 올 들어 급등한 국내 배터리주, 특히 양극재 관련 기업 주가 전망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양극재 관련 기업이 포함된 코스닥은 26% 상승했으나 양극재 관련 대표 기업인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에코프로 등 주가는 2~10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 상승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쪽에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관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이 국내 소재 기업에 유리하게 발표됐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생산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관련 기업의 투자 부담 증가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139억원이다. 2분기 1461억원, 3분기 1728억원, 4분기 1646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통상 3개 분기 실적을 선반영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다. 올 1분기 대비 4분기 순이익이 1.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엘앤에프 실적 역시 증권가 전망은 나쁘지 않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엘앤에프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71억원이다. 이 수치는 2분기 709억원, 3분기 833억원, 4분기 91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졌지만 주가가 순익의 몇 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지지 않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1분기 예상 PER은 178배로, 지난해 1분기 350배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양극재 기업이 지난해 4분기 리튬 가격 하락 등 요인으로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던 점이 기저효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단기간에 급격히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국내 양극재 기업은 해외 경쟁사 대비 높아진 밸류에이션으로 가치를 평가받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합산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2020년대 후반에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나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 시장 확대와 고객사 추가 성장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재 주가인 22만4500원 대비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와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직전 1년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 에코프로비엠 PER은 일본 양극재 기업인 스미토모 메탈 마이닝(5.22배)의 18배 수준이다. 동일한 기준으로 계산한 벨기에 유미코어 PER은 13.17배다. 파나소닉에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는 스미토모 메탈 마이닝 역시 우수한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유미코어는 재활용 원료 확보에서 소재 생산, 폭스바겐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안정적인 판매 채널 확보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미국과 유럽의 삼원계 양극재 시장에서 위상은 유지되지만 세계 생산능력 기준 70~80%에 해당하는 경쟁자와 소리 없는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국내 양극재 업체끼리의 경쟁만 남아 있다고 보는 시각은 지나친 낙관"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양극재 기업의 주요 판매처인 북미와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2020년대 후반부터 둔화될 것이라는 점도 염려되는 요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의 합산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022~2026년 26%에서 2027~2030년 20%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 예상 성장률이 낮아지면 양극재 기업 PER도 낮아져야 한다는 평가다.

또 국내 시장에서 일부 종목은 개인투자자의 공격적인 순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주가 하락 근거로 제시하는 의견도 나온다. 에코프로비엠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도 개인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공매도가 주는 것도 개인의 투자를 부채질하면서 한국판 '밈 주식'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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