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BTS가 트로트 인기에 밀리더라도…

김선걸 기자(sungirl@mk.co.kr) 2023. 4. 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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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의장 출산율 하락 걱정
뜬금없지만 확실하게 올 미래
쪼그라든 나라는 기업도 위축
국난 수준 심각하게 대응하고
청년들에 직접 현금 지원해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지난달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초청했을 때다. 행사 직후 식사를 하면서 K팝의 미래를 조망하던 방 의장은 심각한 걱정거리가 있다고 했다. 그가 털어놓은 고민은 바로 '출산율 하락'이었다.

뜬금없이? 세계 최고의 뮤지션 BTS를 키워낸 방 의장이 출산율 하락을 왜 고민할까.

그는 "BTS가 글로벌 톱을 찍어도 한국에선 1등이 아니었다"고 말을 꺼냈다. BTS가 빌보드차트1위에 오르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라는 영예를 얻었을 때 정작 한국에선 임영웅이란 트로트 가수에게 인기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한 산수로 설명된다.

트로트는 한 해 100만명 안팎이 태어나던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다. 반면 BTS는 한 해 출생아가 30만명대로 줄어든 10대를 팬으로 둔 아이돌그룹이다. 올해 52세인 1971년생은 한 해에 102만명이 태어났다. 20년 후 1992년엔 73만명으로 줄었고 2012년엔 48만명, 2022년엔 25만명으로 급감했다. 1020의 숫자는 40대 이상에 비해 훨씬 적다.

전 세계의 10대가 열광하는 BTS가 글로벌 차트에선 압도적이지만, 국내만 놓고 보면 트로트에 밀리는 구조다. 연습생도 줄고 있다고 한다. 절정을 달리는 한류의 핵심인 K팝 지원자가 줄고 있다니 충격이었다. 역삼각형 인구구조의 쓰나미를 맞고 있는 셈이다.

흔히 인구문제는 '먹구름이 몰려오는 정도'로 이해한다. 심각하지만 급하진 않은 문제 말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체감은 다르다. 이미 폭우가 쏟아지고 침수피해가 숫자로 확인되는 형국이다.

현재 한국엔 식음료, 화장품, 의류 등 B2C 분야에 훌륭한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고객 수가 매출과 직결되니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위축과 기업가치 하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유망한 식품기업의 젊은 창업자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한국 증시가 아닌 미국이나 인도 증시를 노린다. 코스피에선 식품기업의 평균 PER가 10 안팎이다. 대표기업들인 CJ제일제당이 7.37, 롯데칠성이 9.37 정도다. 그런데 인도의 주요 식품회사는 그보다 10배 가까운 PER를 받는다. 미국 도미노피자를 인도에 들여다 파는 프랜차이즈인 '주빌란트'의 PER는 67.3이다. 작년 4분기 주가가 높을 땐 PER가 100까지도 갔었다. 인도는 14억 인구에 중위연령(총인구를 나이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이 27세다. 인구가 곧 기업가치에 비례한다.

한마디로 한국 증시에서 1000억원의 가치를 평가받는 기업이 인도 증시로 간다면 6000억원 이상 평가받는다는 말이다. 당신은 어느 나라 기업에 투자하겠나.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은 '국난' 수준이다. 전쟁이나 재난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이상의 충격이다. 훗날 역사책에 '계묘산란'으로 적힐지 모른다. 그런데 10여 년간 내놓은 정부정책에 정작 당사자인 청년층은 별 감흥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지난한 문제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과감한 해법이 필요하다.

돈이 부족해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청년들부터 현금으로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헝가리의 정책이 회자가 많이 된다. 결혼할 때 평균 근로자 연봉의 2년치를 대출해주고, 첫아이를 낳으면 대출의 3분의 1을 탕감해주고, 둘째를 낳으면 또 3분의 1을 탕감해주는 식이다. 그 무엇보다 급한 문제다. 당사자들에게 직접 돈을 줘야 한다. 명료하고 직접적인 것에 공감하는 BTS세대와 맞는 해법이다.

BTS세대는 수는 적지만 '한국이 세계 최고'란 타이틀을 경험한 유일한 세대다. 그들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가져야 진정한 최고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트로트세대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 아닌가.

[김선걸 부국장·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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