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말한다] 하얀 목련 1990년 4월 10일

2023. 4. 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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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부근 빌딩 20층 창문에서 내려다본 기와집 마당에 하얀 목련꽃이 눈부시게 피어 있었다. 그 한 그루 꽃으로 인해 회색빛 도시가 온통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벚꽃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는 목련은 그 꽃이 퍽 고귀한 자태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목련은 순결의 꽃이다. 절정의 순간에 미련도 없이 툭툭 떨어져 내리는 성정이 낙화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벚꽃과는 또 다른 애조를 띤다. 그 고상함 때문에 재물이나 영화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꽃의 군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구촌에 꽃이 없다면 도시가 얼마나 삭막할까. 그리고 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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