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폐장 방사능 직접 측정해보니 `0`...고준위 처분도 시급

정석준 2023. 4. 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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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처분 안전성 확인...2단계는 저준위 표층처분
원전 임시 저장 한계 곧 끝나...전용처분 시설 필요
"미래 세대 위해 고준위 방폐법 조속히 제정해야"
경북 경주시 중저준위방폐장 동굴처분시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북 경주시 중저준위방폐장 표층처분시설 공사 현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주 월성원전 부지 내 지상에 설치된 건식저장시설 사일로.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성폐기물이 쌓여가는 데 처분장 선정은 표류하고 있다. 저준위 방폐물은 그나마 해수면 아래에서 땅 위로 올라와 안전하게 처리될 예정이나 고준위 방폐물은 원전 내에서 여전히 '임시' 저장돼 방폐장 건립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 30일 기자가 찾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공단은 2015년부터 해수면보다 130m 가량 낮은 곳에서 국내 유일 중저준위 방폐장을 운영 중이다.

동굴처분시설은 둘레 25m, 깊이 50m, 48㎜ 철근, 1~1.6m 두께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사일로(저장고) 6개로 구성됐다. 이 정도 수준이면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을 견디고 폐쇄 후 방폐장 주변 방사선량은 연간 0.01mSv(밀리시버트) 미만으로 관리될 수 있다. 이 수치는 일반인 연간 허용 방사선량의 100분의 1 수준이다.

각 사일로 수용용량은 1만6700드럼으로 동굴처분시설 수용량은 총 약 10만 드럼에 달한다. 각 사일로가 다 차면 빈곳과 상부까지를 쇄석(자갈)로 채운 뒤 입구를 콘크리트로 영구 봉인할 예정이다. 2010년부터 지난 2월까지 방폐장에 들어온 중저준위 방폐물은 3만1550드럼이며 처분량은 2만7098만드럼, 저장(보관)량은 4539 드럼이다.

사일로 앞 방사선량은 자연방사선량과 비슷한 시간당 0.1∼0.2μSv(마이크로시버트) 수준이었다. 처분장에서 나오며 확인한 개인방사선량 수치는 '0'으로 기록됐다.

동굴처분시설 인근에는 방폐물 처분시설 2단계 건설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새 방폐장의 처분 방식은 지하가 아니라 해발 107m에 위치한 국내 최초 표층처분방식이다. 2024년 완공 목표로 2636억원을 들여 6만7490㎡ 부지에 들어서는 방폐장은 처분고 20개에 12만5000드럼의 방폐물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통상 중저준위 방폐물은 300년까지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는데, 해당 시설은 중준위보다 방사능 준위가 낮은 저준위 또는 극저준위 물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경환 공단 중저준위운영본부 시공관리팀장은 "방사선량에 따라 방폐물을 재분류해 저준위방폐물과 극저준위방폐물은 동굴처분시설이 아니라 표층처분시설로 옮겨져 처분될 것"이라며 "2018년 4월에 표층처분시설의 내진 성능을 0.2g(규모 6.5)에서 0.3g(규모 7.0)으로 재설계를 완료해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찾은 월성 원전에는 국내 유일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사일로와 맥스터(조밀저장시설)가 자리잡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는 물로 채워진 저장 수조에서 열을 식히고 방사선량이 낮아지도록 습식 저장방식을 6년 가량 거쳐야 공기 대류에 의한 자연 냉각으로도 핵연료를 식히는 건식 저장이 가능해진다. 건식저장은 습식 저장보다 장기 관리가 가능하고 운전관리 비용이 적으며 확장 용이성 등 장점이 있다.

1992년 4월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이 시작된 원통형 캐니스터(사일로) 300기는 2010년 16만2000다발로 용량이 모두 찼으며 이후 조밀건식저장모듈인 맥스터 7기에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되기 시작해 지난해 3월 14일에 추가로 7기가 완공됐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은 2031년 습식 저장 수조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고리원전 부지 내 시상에 국내 최초 경수로형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을 의결한 바 있다.

국내 대부분 원전은 중수로형인 월성원전과 다른 경수로형 핵연료로 각 원전마다 습식저장소 저장 한계시점이 다가오지만 영구처분시설 건설은 특별법 부재로 첫 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빛원전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등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이 잇따라 포화상태에 이른다. 한수원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를 미래 세대에 원전 사용에 대한 빚을 남기지 않으려면 고준위 방폐법 처분을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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