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최대한 美보조금 신청 늦춘다'…中 출구전략 속도[美 보조금의 덫, K반도체 중대기로]
중국 내 첨단반도체 생산·투자 길이 사실상 막히는데다 기밀 유출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지만,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반도체 산업 영향력이 막대한 미국과의 협력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기업들이 마라톤 협상을 통해 보조금 요건을 최대한 완화한 뒤 본격적인 신청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美 협력 강화에 보조금 신청 딜레마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보조금 신청 여부를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편입 의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대중 제재 강화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어서다.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해도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긴 사실상 어렵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다수의 반도체 제조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조금 신청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을 비롯해 광학, 식각 등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뉴욕, 실리콘밸리 등에 반도체 업계 최첨단 기술과 관련된 고급인력들이 상주하고 있는 국가"라며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도 "재무제표나 사업 계획 등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요구는 당혹스러운 면이 있다"면서도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한 상태라 보조금 신청을 안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현재 미 정부가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가 기업 경영기밀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그대로 수용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반도체 업계도 미 정부 기준대로 자료를 제출해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경영기밀 공개로 인한 수주 무산 등 사업 경쟁력 하락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 등 업계 전반의 대응 여부와 오는 26일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 결과 등을 지켜본 뒤 제출기한 막판까지 보조금 신청 여부를 저울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메모리반도체 소비 비중이 높은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 내 생산 차질로 한국 기업들이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며 "군사용이나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수시로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먹구름 낀 中 출구전략 속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실적 하락이 가시화된 중국 사업 비중 축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다롄(낸드)과 우시(D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중국 사업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두 기업 모두 오는 10월 종료되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를 두고 미 측에 재승인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대중 제재 수위를 높여가는 미국이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의 함의는 '시간을 줄테니 중국에서 발을 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유예 조치 종료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사업 계획을 거듭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 부연구위원은 "올해 10월 유예가 되더라도 미 정부가 중국 내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 장비의 폭을 더 넓게 만들어 사실상 제한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에 큰 차질이 빚어진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 한국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이 한국을 무섭게 추격해왔다"며 "멀리 보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릴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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