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단지 앞서 벌어진 납치···수사로 풀어야 할 ‘Why & How’

강은 기자 2023. 4. 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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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되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독자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복판에서 지난달 29일 밤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피의자들이 피해자 소유의 가상통화를 빼앗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중 한 명인 연모씨(30) 진술에 근거해 이같이 파악했는데, 나머지 피의자 이모씨(35)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실제 범행이 가상통화 탈취를 위해 이뤄졌는지는 향후 수사로 밝혀야 한다.

연씨는 지난달 31일 붙잡힌 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의 코인(가상통화)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연씨 진술에 따르면, 이씨는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후 황씨에게 납치 및 살해를 의뢰했고, 황씨는 연씨에게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며 범행을 제안했다. 연씨의 채무는 총 3600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소유한 가상통화의 규모와 범행 중 실제로 금품 갈취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2~3개월 전부터 살해를 계획하고 피해자를 납치했다는 점에서 원한 관계에 의한 ‘청부살인’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가 공범의 존재 여부 등도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

대전-청주-성남 도주하고 현금·대포폰 이용
주택 한복판 납치에 본인 명의 차량 이용
여성을 납치 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된 가운데, 31일 오후 유기한 시신이 발견된 대전 대덕구 대청호 인근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짐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범행과 도피 과정을 보면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한 모습이 눈에 띈다. 범행 이후 여러 경로로 도주하면서 현금만 쓰거나 대포폰을 이용하는 등 경찰의 추적망을 피하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피해 여성을 납치해 1시간40분동안 그를 감금한 상태로 이동하며 살해한 뒤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이후 범행에 사용한 차량을 버리고 렌터카로 갈아타 청주 상당구 근처로 이동했다. 청주에서는 다시 각각 택시를 타고 경기 성남시로 이동했다. 각자 도보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수차례 갈아탔고, 이동 중간에 새 옷을 구입해 갈아입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이런 치밀한 면모와는 달리 허술하거나 대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음주운전 수배 이력이 있는 연씨가 본인 명의의 차량을 범행에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렌터카 역시 황씨가 실명으로 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폐쇄회로(CC)TV가 많은 강남 주택가 한복판에서 피해자를 납치한 것 자체가 붙잡히기 쉬웠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납치 범행 직후 경찰에는 현장 인근에 있던 목격자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고속도로 CCTV 등을 토대로 피의자들의 행적을 추적해 납치가 이뤄진 지 35시간 만인 31일 오전 10시45분쯤 경기 성남 수인분당선 모란역에서 연씨를 붙잡았다. 곧이어 오후 1시15분쯤에는 성남의 한 숙박업소에서 황씨를 체포했다. 경찰을 이들을 수사해 추가 공범의 존재를 인지하고 같은 날 오후 5시40분쯤 강남구 논현동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에서는 연씨와 황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조사됐다. 범행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는 앞으로 수사에서 밝혀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납치 6시간 만에 살해…속전속결 범행 어떻게
여성을 납치 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3명이 긴급 체포된 가운데, 대전 대덕구 대청호 인근에서 시신을 수습한 경찰이 31일 오후 경찰차에 수사 도구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

피의자들 3명도 따로따로 아는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와 이씨는 같은 대학 출신이며 황씨와 연씨는 배달대행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이였다고 한다. 연씨는 무직이고 황씨는 주류회사 직원이며, 이씨는 법률사무소에 근무 중이었다.

피해 여성을 납치한 피의자들은 약 6시간 만에 감금과 살해, 시신 매장까지 모두 끝낸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사망 시각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나 경찰은 시신 암매장 시점을 30일 오전 6시쯤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들이 대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내려 삽을 버리는 모습이 CCTV에 담긴 시각이 이 직후이기 때문이다. 범행에 이용된 차량에서는 둔기와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최초로 납치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순찰차는 범행 6분 만인 오후 11시53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용의자들은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다. 이후 오후 6시55분쯤 대전 유성IC 인근에서 범행 차량이 지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이들이 어디에서 얼마나 머물렀고, 정확히 언제 살인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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