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자연과 조화 … 50여년 건축 철학 여정 모았다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4. 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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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 대규모 회고전
파리 '브르스 드 코메르스'
나오시마 예술섬 프로젝트
본태박물관·LG아트센터 등
설계도면·모형·영상 등 250점
직접 설계한 뮤지엄산서 펼쳐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위치한 뮤지엄 산에 설치된 안도 다다오의 '푸른 사과'. 연합뉴스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SAN)의 청조갤러리 안을 걷다 노출 콘크리트 천장을 보면 빛에 반사된 워터가든 물결이 잔잔하게 춤춘다. 기하학적 엄정함이 가득한 공간에 절제된 빛을 따라가면서 전시 공간이 하나씩 열린다. 벽에 붙은 건축물 모형과 기본 스케치, 설계도면, 실제 건물 영상 등 250점이 남다른 공간 속에서 총체적으로 다가온다. 전시장을 이동하며 발견하는 바깥 풍경의 자연도 전시의 일부가 된다.

일본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의 대규모 회고전 '안도 타다오-청춘'이 본인이 17년 전 설계해 만든 뮤지엄 산에서 펼쳐졌다. 관람객들이 실제 그가 만든 공간 속에서 평생 그가 구현해온 건축철학을 다양한 감각으로 체험한다. 도쿄에서 시작해 파리, 밀라노 등을 거친 7번째 국제순회전으로 안도의 건축물에서 처음 열려 주목된다. 이곳은 안도의 명성과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남다른 열정 덕분에 서울에서 차로 2시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개관 10년 만에 연간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체류형 문화예술 공간의 본보기가 됐다.

대문 같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빨간 조각 '아치 웨이'와 워터가든을 지나 도착한 미술관 입구에선 안도의 대형 오브제 '푸른 사과'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떤 마음가짐"이라는 미국 시인 새뮤얼 울먼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상징이다.

회고전 '안도 다다오-청춘' 전시 전경. 뮤지엄산

전시장은 네 공간으로 나뉜다. 1부는 그의 출발점을 알려주는 스미요시 주택(1975~1976)과 벽을 십자가 형상으로 뚫은 빛의 교회(1987~1989) 모형으로 건축물 자체에 집중했다. 2부는 지역공동체와 함께 도시 확장과 재건에서 풍경을 창조하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안도가 "건축은 짓는 것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신념을 펼쳐 30년 넘게 진행 중인 나오시마 예술섬 프로젝트(1988~ )가 대표적이다. 도시 공공 프로젝트 위주의 3부에서는 권투선수 출신으로 독학한 건축가의 파이터(투사) 정신이 돋보인다. 9·11 테러 자리에 구형 일부를 부풀어 오르게 해서 하나의 지구를 표현한, 뉴욕 그라운드제로 계획안(2001) 같은 미실현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마지막에는 숱한 도전 끝에 채택되지 못한 아이디어가 세계적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와 만나 파리 옛 곡물거래소를 현대미술관으로 바꾼 '부르스 드 코메르스'(2016~2021)에서 마침내 실현됐음을 목격한다. 역사적 건물에 콘크리트 원통(cylinder)을 넣어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대담한 공간이 탄생했다. 이곳에 건축가는 빛과 자연이 어우러진 건축철학을 즉석 드로잉으로 남겼다. 한국 작업을 소개하는 특별공간에서 백색 건축 모형 3점은 특별하다. 강원대 등 국내 건축학도들이 안도 다다오 건축사무소와 협업해 만든 제주 본태박물관, 여주 마음의교회, 서울 LG아트센터다. 미래 세대에 대해 고민해온 건축가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성인 입장료 2만2000원.

[원주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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