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령 카리스마, 부산 관객들 심장 '쥐락펴락'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4. 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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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 이 작품에는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역대 세 번째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올봄 부산 관객을 뜨겁게 홀리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광역시 남구 드림씨어터 로비는 마티네 공연 한 시간 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백스테이지에선 오케스트라 최종 리허설을 포함해 조명을 모두 끈 채 진행되는 암전 테스트가 숨 가쁘게 이뤄졌다. 관객과 배우, 연출진 모두 정체 모를 유령이 살고 있는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에 빠져들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 시즌은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성사된 한국어 공연이다. 대극장 지하실에 숨어사는 정체불명의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녀를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이야기를 그렸다. 1986년과 1988년 각각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전 세계 188개 도시에서 1억4500만명이 넘게 관람해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불린다. 이번 공연에는 경쟁률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오디션을 뚫고 조승우,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이 '유령' 역을 맡아 큰 관심을 받았다. 재능 있고 사랑스러운 뮤즈 크리스틴 역에는 성악가 손지수와 송은혜가 발탁됐다.

극 중 공연장의 분장실 거울에서 홀연히 유령이 나타나 크리스틴을 납치하는 대목은 '오페라의 유령'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파이프오르간의 강렬한 선율에 맞춰 두 사람이 열창하는 '팬텀 오브 디 오페라'가 시작되면 영화 속에 들어온 듯 눈과 귀가 즐겁다.

7년 만에 신작 뮤지컬로 돌아온 조승우는 얼굴이 가면으로 반쯤 가려졌음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세상에 저주를 퍼붓다가도 사랑하는 이의 앞에선 애절하게 호소하는 등 광기와 연민을 오가야 하는 복잡한 캐릭터다.

조승우는 첫 공연을 마친 뒤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수많은 편견과 싸우느라 홀로 많이 지치기도 했다"며 "결국 막이 올랐고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첫 데뷔인 손지수는 놀랄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다. 싱그러운 매력과 폭발적인 성량으로 '바람은 그것뿐' '돌아갈 수 없는 길' 등 주요 넘버를 소화하면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공연에 앞서 "크리스틴이 가진 순수함, 두려움, 용기 그리고 강함까지 다이내믹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 밖에 1t에 달하는 3단 샹들리에의 추락 장면, 촛불 수백 개가 일렁이는 지하 호수와 물안개, 220여 벌이 투입된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드림씨어터의 최신 설비로 작품이 한층 더 정교하게 구현됐다. 공연장 내 설치된 서라운드 스피커가 유령의 오싹한 속삭임을 곳곳에서 전달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무대 스펙으로 60여 개 배튼(장비·조명·음향 등이 설치된 무대장치)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이 가능하다.

임현철 드림씨어터 기획운영팀 팀장은 "최소 550㎏에서 최대 750㎏의 장막이 분당 100m 안팎 속도로 이동한다"며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영국·호주·미국 등에서 모인 기술 스태프가 8주간 동고동락하며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공연은 6월 18일까지, 서울 공연은 7월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부산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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