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나비들 점점 고지대로…온난화 영향?

5년간 한라산 1300m 이상 서식나비 모니터링
멸종위기종 산굴뚝나비 200m 더 높은 곳 이동
남방계 나비들도 1700m 고지대서 새롭게 관찰
“나비, 환경변화 민감…일부 멸종위기 처할수도”

한라산 깃대종 산굴뚝나비와 한라산 내 산굴뚝나비 최대 서식지. 제주도 제공

산꼬마부전나비와 가락지나비. 제주도 제공

한라산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나비들이 더욱 높은 고지대로 이동하면서 나비들의 서식지와 개체수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최근 5년간 한라산 1300m 이상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나비를 모니터링한 결과 멸종위기종인 산굴뚝나비 등 30여종이 서식지와 개체수에 변화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2일 밝혔다.

한라산 영실지역부터 백록담 일대까지 해발고도별 조사에 따르면 저지대의 따스한 지역에 서식했던 남방계 나비인 굴뚝나비, 배추흰나비, 소철꼬리부전나비 등은 해발 1700m 윗세오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지대에서 새롭게 관찰됐다.

반면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북방계 나비인 산굴뚝나비의 경우는 예전보다 200m 정도 높은 곳인 해발 1700m 이상으로 서식지를 옮겨간 것으로 확인됐다. 개체수 역시 지난해의 경우 2018년에 비해 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굴뚝나비는 국내에서는 한라산에만 서식하는 종으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이다. 2005년 천연기념물 제458호, 2012년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으로 지정됐다.

한라산연구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라산의 환경이 달라지면서 서식하는 나비 군집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나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활용된다. 한라산연구부 관계자는 “특히 한라산 고산지역에 적응해 살아온 북방계 나비는 환경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고정군 한라산연구부장은 “한라산 고지대에는 백록담을 중심으로 깃대종인 산굴뚝나비를 비롯해 30여 종의 나비가 서식한다”면서 “수십년 간의 기후변화와 서식지 환경변화로 고지대 나비들의 개체군 변동과 함께 서식지를 더욱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종 보전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