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초과 ‘주담대 금지’ 합헌…“목적 타당” vs “광범위한 제한”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019년 12월16일 나온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일부가 위헌인지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12.16 대책’으로 불리는 이 부동산 정책이 시가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주담대를 금지하자 정희찬 변호사(안국법률사무소)는 이 부분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시행 첫날 위헌 확인 심판을 청구했다.
다수의견을 구성한 재판관 5명(유남석, 이석태, 이영진, 김기영, 이미선)은 주담대 금지 조치가 법률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 재판관은 “이 사건의 조치는 금융위가 은행 경영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할 수 있는 경영지도기준에 해당하므로, 행정지도에 요구되는 정도의 법률유보의 요청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주담대를 금지한 게 금융위에 적법하게 부여된 권한이므로, 기본권 제한이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선애(퇴임)·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주담대 금지 대책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금융위가 이 사건 조치의 법적 근거로 든 은행업감독규정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에 관한 내용이나 초고가 아파트를 정의하는 규정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초고가 아파트’를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로 규정한 정의는 2020년 12월3일 시행된 은행업감독규정에 담겼는데 대책이 나올 당시엔 이를 뒷받침할 법령상 근거가 없었다.
문형배 재판관은 주담대 금지 조치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의견을 따로 냈다. 문 재판관은 정부가 대책이 ‘은행 경영의 건전성’이라는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주담대는 담보인정비율(LTV) 40%로 규제되고 있었던 만큼 대출 금지가 은행의 경영 건전성에 기여하려면 아파트 가격이 조만간 40% 이하로 폭락할 것으로 예상됐어야 하는데, 그렇게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투기적 대출 수요를 규제하면서 실수요자를 ‘대출 수요’에서 제외하지 않아 필요 이상의 광범위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주택 소유 경험이 없는 40대 직장인의 경우를 예시로 들며 “한 번도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그가 아파트를 매수하려 해도 현금 15억 원이 없는 이상 ‘초고가 아파트’에 해당하는 주택을 매수할 수 없는데, 이는 ‘투기적 대출 수요 규제’라는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제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집권해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는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주담대를 다시 허용했다. 이로 인해 헌법소원 청구인인 정 변호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은 사라졌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그러나 “이 사건 조치와 같은 규제적·구속적 금융행정지도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라며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심판청구이익이 인정된다”고 심리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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