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굴하지 않는 파이터 건축가의 여정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4. 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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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 대규모 회고전

파리미술관 ‘브르스 드 코메르스’

나오시마 예술섬 프로젝트

본태박물관·LG아트센터 등

설계도면·모형·영상 등 250점

직접 설계한 뮤지엄산서 펼쳐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 열리는 회고전 ‘안도 타다오-청춘’ 전시장에서 드로잉 퍼포먼스를 했다. <사진제공=뮤지엄산>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SAN)의 청조갤러리 안을 걷다 위를 보면 노출 콘크리트 천장에 빛에 반사된 워터가든 물결이 잔잔하게 춤춘다. 기하학적 엄정함이 가득한 공간에 절제된 빛을 따라가면서 전시공간이 하나씩 열린다. 벽에 붙은 건축물 모형과 기본 스케치, 설계도면, 실제 건물 영상 등 250점이 남다른 공간 속에서 총체적으로 다가온다. 전시장을 이동하며 발견하는 바깥 풍경의 자연도 전시의 일부가 된다.

일본 출신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81)의 대규모 회고전 ‘안도 타다오-청춘’이 본인이 17년 전 설계해 만든 뮤지엄 산에서 펼쳐졌다. 관람객들이 실제 그가 만든 공간 속에서 평생 그가 구현해온 건축철학을 다양한 감각으로 체험한다. 도쿄에서 시작해 파리, 밀라노 등을 거친 7번째 국제순회전으로 안도의 건축물에서 처음 열려 주목된다. 이곳은 안도의 명성과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남다른 열정 덕분에 서울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도 불구하고 개관 10년 만에 연간 20만명 넘는 관람객이 찾는, 체류형 문화예술공간의 본보기가 됐다.

대문 같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빨간 조각 ‘아치 웨이’와 워터가든을 지나 도착한 미술관 입구에는 안도 다다오의 대형 오브제 ‘청사과’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떤 마음가짐”이라는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상징이다.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의 안도 다다오 회고전에서 롯코 집합주택 모형 앞에서 미술관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이한나 기자
봄 정취 뽐내는 원주 뮤지엄산 (원주=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뮤지엄 산(SNA)이 31일 개나리와 진달래가 활짝 펴 봄 정취를 뽐내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이날 오크밸리 그랜도볼룸에서 ‘꿈을 걸고 달려라’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을 맞아 4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안도 다다오-청춘’ 개인전이 펼쳐진다. 2023.3.31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전시장은 네 공간으로 나뉜다. 1부는 그의 출발점을 알려주는 스미요시 주택(1975~1976)과 벽을 십자가 형상으로 뚫은 빛의 교회(1987~1989) 모형으로 건축물 자체에 집중했다. 2부는 지역공동체와 함께 도시 확장과 재건에서 풍경을 창조하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안도 다다오가 “건축은 짓는것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신념을 펼쳐 30년 넘게 진행 중인 나오시마 예술섬 프로젝트(1988~)가 대표적이다. 대형 섬 모형과 그곳 풍경 영상이 조응하는 설치가 생생하게 별도 공간에 마련됐다. 도시의 공공 프로젝트 위주의 3부에서는 권투선수 출신으로 독학한 건축가의 파이터(투사) 정신이 돋보인다. 9·11테러 자리에 구형 일부를 부풀어 오르게 해서 하나의 지구를 표현한, 뉴욕 그라운드제로 계획안(2001)같은 미실현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마지막에는 숱한 도전 끝에 채택되지 못한 아이디어가 세계적 컬렉터 프랑소와 피노와 만나 파리 옛 곡물거래소를 현대미술관으로 바꾼 ‘브르스 드 코메르스’(2016~2021)에서 마침내 실현됐음을 목격한다. 역사적 건물에 콘크리트 원통(cylinder)을 넣어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대담한 공간이 탄생했다. 이곳에 건축가는 빛과 자연이 어우러진 건축철학을 즉석 드로잉으로 남겼다.

역사적 건축물 안에 원형 통을 넣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랑스 파리의 ‘브르스 드 코메르스’(2016~2021)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 열리는 회고전 ‘안도 타다오-청춘’ 전시 전경 <사진제공=뮤지엄산>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 열리는 회고전 ‘안도 타다오-청춘’ 전시 전경 <사진제공=뮤지엄산>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 열리는 회고전 ‘안도 타다오-청춘’ 전시장 입구 <사진제공=뮤지엄산>
한국 작업을 소개하는 특별공간에서 백색 건축 모형 3점은 특별하다. 강원대 등 국내 건축학도들이 안도다다오 건축사무소와 협업해 만든 제주 본태박물관, 여주 마음의 교회, 서울 LG아트센터다. 미래 세대를 고민해 온 건축가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건축과 예술 관련자들 성지로 예감된다. 건축 전시의 한계에도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번 전시에 맞춰 안도 다다오는 땅 밑으로 십자형 빛을 쏘는 두 번째 명상관(빛의 공간 파빌리온)도 설계해 5월에 시공될 예정이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성인 입장료 2만2000원.

원주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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