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문과 침공’ 논란…사교육은 웃는다 / 황보연

황보연 2023. 4. 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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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로 생긴 입시 신조어가 하나 있다.

바로 '문과 침공'이다.

팀 버턴 감독의 영화 <화성 침공> 에선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는데, 문과 침공에선 이과생이 그 주인공이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두 과목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134점과 145점으로 큰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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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로 생긴 입시 신조어가 하나 있다. 바로 ‘문과 침공’이다. 팀 버턴 감독의 영화 <화성 침공>에선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는데, 문과 침공에선 이과생이 그 주인공이다. 문과생이 주로 진학하는 인문·사회계열에 이과생이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을 빗댄 말이다.

이과생들이 왜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하려는 걸까? 2022학년도 수능은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고 치러진 첫 통합형 수능이었다. 하지만 문·이과 구분은 선택과목에 의해 사실상 유지되고, 수능 성적 산출에서 문과생만 불리해졌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핵심인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원점수 100점 중 74점은 수학 Ⅰ·Ⅱ(공통과목), 나머지 26점은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3개 선택과목 중 택1)에서 출제된다.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가 쓰이기 때문에, 시험 난도가 높을수록 최고점이 올라간다. 여기에 더해 통합형 수능에선 조정점수까지 도입됐다. 선택과목 표준점수 산출 때, 자신과 같은 선택과목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공통과목(수학 Ⅰ·Ⅱ) 평균 점수도 반영이 되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점수가 똑같이 만점이더라도 난도가 높고 성적 상위권이 몰려 있는 ‘미적분’ 선택 수험생들(이과생)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이들(문과생)보다 3~4점 높은 표준점수를 받았다.

이런 유불리는 국어와 수학 간에도 나타났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두 과목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134점과 145점으로 큰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통상 국어는 문과생이, 수학은 이과생이 강점을 보이는 과목이다. 수학에 견줘 국어가 쉽게 출제되다 보니 표준점수의 차이가 컸다.

게다가 통합형 수능 이후 대학들은 인문·사회계열에서는 필수 응시과목을 폐지한 반면, 자연계나 의학, 공학계열은 수학 미적분이나 과학탐구 과목에 응시해야 한다. 이과생들의 학과 선택권만 넓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무기로 인문·사회계열에 지원해, ‘대학 간판’을 높이려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인문·사회·예체능계열 학과 30곳에 최초 합격한 640명 가운데 330명(51.6%)이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었다.

부작용은 문·이과 유불리에 그치지 않는다. 교차지원으로 진학한 이과생들이 다시 반수를 통해 의학·공학계열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미적분·기하로 선택과목을 바꾸겠다는 문과생들이 생겨나면서 수학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다른 한편으로, 국어 선택과목에서도 ‘화법과 작문’ 보다 난도가 높은 ‘언어와 매체’를 택하는 이과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과생은 더 어려운 수학을, 이과생은 더 어려운 국어 과목을 선택하려는 것이어서 사교육 업계만 반색할 일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첫해에는 ‘문과 침공’이 서울 상위 20개 대학에 국한되는 문제였지만, 갈수록 그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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