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 인기 속 인근 주민들 “코앞에 묘지” 반대 극심 [이슈 속으로]
장례문화 급변 속 수목장 수요 ↑
성주·충주·횡성·천안 등 지방일대
사설 수목장 건립 허가 신청 급증
도로·인가 등과 거리 제한도 없어
예정지 주민들 반대집회 등 반발
지자체, 주민·업체 사이 중재 진땀
주민동의도 참고사항… 법적효력 無
“법령 등 개정… 사회적 합의 필요”
31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수목장이 법적으로 가능해진 건 정부가 2007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다. 현재 국내 묘지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1.6배로 추정된다. 벌초가 힘들다는 이유로 봉분 주변을 시멘트로 바르거나 돌을 까는 환경 훼손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수목장은 2009년 경기 양평군에 국립하늘숲추모원이 개장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점차 선진화하면서 장례문화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난 2월 경북 성주군청 앞 도로변에는 ‘수목장 결사반대’가 적힌 펼침막이 내걸렸다. 수륜면 계정리 주민 김모씨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수목장이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장의차량이 마을을 오가는 걸 어떤 주민이 반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하수를 식용하는 주민이 태반인데 비가 오면 골분이 땅에 스며들어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 마을이 시끄러워진 건 지난해 11월 종교단체가 계정리에 수목장림 허가신청서를 내면서다. 주민들은 수목장림 허가 반대 집회를 열고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결국 종교단체는 주민 반대에 가로막혀 일단 허가 신청을 취하했다.
장사시설이 난립하고 주민 반대가 극심해지자 경기 고양시는 제동장치를 마련했다. ‘고양시 장사시설의 설치 및 관리 조례’를 개정해 묘지와 수목장, 봉안당 등 장사시설은 지역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고양시처럼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극히 드물다. 대다수의 지자체 장사시설 설치 기준에 ‘주민동의’는 빠져 있다. 주민동의는 지자체의 참고 사항일 뿐 법적 효력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기에 주민 반대는 더 거센 실정이다.
지자체는 주민과 업체 사이에서 진땀을 빼고 있다. 경북의 군 관계자는 “(군은) 행정기관으로 서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업체가 허가신청서를 내면 부족한 부분은 보완 요청을 하고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며 “수목장림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 항의 전화가 잇따르지만 딱히 해결책은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건전하고 친환경적인 수목장 장례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정부의 법령 또는 지자체의 조례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주민과 업체의 갈등이 반복되는 만큼 법망을 손봐 간극을 좁혀야 한다”면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찾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자연친화적인 수목장 장례문화가 국내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수목장림 건립 예정지 주민 역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주·충주=배소영·윤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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