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해 고통 속 위안 받길”…대구서 정호승 문학관 개관
최훈진 기자 2023. 4. 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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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논밭이던 대구 도심을 가로질러 흐른 범어천은 겨울이면 물이 말라 자갈밭이 됐다.
센터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공실이 된 건물이 정 시인의 문학 세계를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외관은 정 시인의 어린시절 여름철마다 범어천 둑 위로 흘러 넘쳤던 황톳물 색깔인 진한 붉은색으로 칠했다.
한국의 대표 서정시인 정호승의 발자취가 문학관 2층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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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논밭이던 대구 도심을 가로질러 흐른 범어천은 겨울이면 물이 말라 자갈밭이 됐다. 등하굣길 자갈을 밟으며 사색했던 정호승 시인(73)은 이때부터 시를 썼다고 한다. ‘나는 왜 세상에 오게 됐나’, ‘나는 왜 공부를 못할까’, ‘우리 집은 어째서 이토록 가난할까’ 사춘기 소년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시와 만났다. 지난달 31일 대구에서 만난 정 시인은 “범어천은 나의 시적 사유의 근원이 되는 ‘모태(母胎)’와 같다”고 했다.
범어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정호승문학관이 이날 들어섰다. 정 시인이 유년기를 보낸 대구 수성구 들안로 옛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자리다. 센터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공실이 된 건물이 정 시인의 문학 세계를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54.76㎡(약 136평) 규모다.
문학관의 한쪽 벽면은 그가 학창시절 살았던 기와집 터를, 또 다른 한쪽 벽면은 범어천을 마주하고 있다. 외관은 정 시인의 어린시절 여름철마다 범어천 둑 위로 흘러 넘쳤던 황톳물 색깔인 진한 붉은색으로 칠했다.
문학관의 한쪽 벽면은 그가 학창시절 살았던 기와집 터를, 또 다른 한쪽 벽면은 범어천을 마주하고 있다. 외관은 정 시인의 어린시절 여름철마다 범어천 둑 위로 흘러 넘쳤던 황톳물 색깔인 진한 붉은색으로 칠했다.
한국의 대표 서정시인 정호승의 발자취가 문학관 2층에 담겼다. 정 시인이 지난해 8월 수성구에 기증한 육필원고와 시집, 사진, 소장품 등 100여 점이 전시됐다. 그는 “가장 소중한 전시품을 꼽자면 1970년에 쓴 초기작의 육필원고”라고 했다. ‘할머님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로 시작하는 시 ‘첨성대’(瞻星臺·1973년)는 정 시인의 등단작이다. 그가 창비에서 처음 출간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1979년)에는 동명의 시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는 시가 실려 있다. 모두 슬픔과 고통의 정서를 다뤘다.
정 시인은 “삶의 본질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판화가 남궁산 씨가 2005년 제작한 정 시인의 장서표(藏書票·책에 붙이는 표)에는 낙타 문양이 있다. 문학관에도 낙타 그림이나 공예품들이 전시됐다. 정 시인은 “광막한 사막 속 낙타를 보면 인생이라는 광야에서 마주하는 고통을 승화시키기 위해 시를 쓰는 나를 보는듯하다”면서 “시는 영혼의 양식”이라고 했다. 모든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은 정 시인이 직접 쓰고, 다듬었다.
정 시인은 “삶의 본질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판화가 남궁산 씨가 2005년 제작한 정 시인의 장서표(藏書票·책에 붙이는 표)에는 낙타 문양이 있다. 문학관에도 낙타 그림이나 공예품들이 전시됐다. 정 시인은 “광막한 사막 속 낙타를 보면 인생이라는 광야에서 마주하는 고통을 승화시키기 위해 시를 쓰는 나를 보는듯하다”면서 “시는 영혼의 양식”이라고 했다. 모든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은 정 시인이 직접 쓰고, 다듬었다.
정 시인의 시는 음악, 미술과도 맞닿아있다. 그의 시 약 80편이 노래로 작곡됐다. 문학관 한쪽 복도엔 이 노래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가수 김광석(1964~1996)은 정 시인의 시 ‘부치지 않은 편지’를 노래했고, 안치환은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불렀다. 정 시인은 1999년부터 20여 년간 시노래 모임 ‘나팔꽃’ 동인활동을 하며 안치환과 140여 차례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는 “시와 노래는 한 몸”이라고 말한다.
북카페인 1층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시인들의 시집이 전시됐다. 지하는 강연이나 콘서트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정 시인은 등단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열 네 번째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창비)를 펴냈다. 올해는 비채에서 시에 얽힌 서사를 풀어내는 산문집 시리즈인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비채)가 출간된다.
“신작 시집이 나오고 6개월이 지난 요즘 ‘내가 다시 시를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삽니다. 그러나 배고프면 밥을 먹듯, 시인은 시를 써야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죠. 인생은 고통과 함께 사는 것이지만 우리는 시를 통해 위안을 받고,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학관에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쉬다 가시길 바랍니다.”(정 시인)
정 시인은 등단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열 네 번째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창비)를 펴냈다. 올해는 비채에서 시에 얽힌 서사를 풀어내는 산문집 시리즈인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비채)가 출간된다.
“신작 시집이 나오고 6개월이 지난 요즘 ‘내가 다시 시를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삽니다. 그러나 배고프면 밥을 먹듯, 시인은 시를 써야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죠. 인생은 고통과 함께 사는 것이지만 우리는 시를 통해 위안을 받고,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학관에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쉬다 가시길 바랍니다.”(정 시인)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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