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에 지지세 결집? 심대한 타격?…내년 대선 불확실성 높아져
형사 재판, 신뢰도 하락…당선되더라도 사건 축소 우려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며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를 '정치적 박해'로 규정하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지만, 사상 최초의 사태인 데다 대선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가 2024년 대선에 미칠 영향을 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미국 뉴욕주(州) 법원 대배심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의결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소장이 공개될 때 알려질 예정이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왔다.
미국 형법상 입막음 차원에서 돈을 준 건 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문제가 되는 건 돈이 지급되는 과정에서 해당 금액이 '법률 비용'으로 기재되는 등 문서 위조가 있었다는 점이다. 뉴욕에서 업무상 위조 혐의는 경범죄에 해당하는데,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키우기 위해 선거법 위반 혐의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니얼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유권자들에게 숨기기 위했다는 취지다.
◇지지자 결집에 긍정 작용…당내 라이벌도 트럼프 변호
폭스 뉴스에 따르면 보수 진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가 그의 정치적 기반에 반사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직 검사 출신인 프랭시 헤이크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대사인 "당신이 나를 쓰러뜨린다면, 나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대사를 인용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야후-유고브 여론조사가 기소를 의결한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보다 31%포인트(p) 앞서며 선두를 달렸다.
입소스/로이터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원의 75%는 이번 기소가 일부 민주당 의원과 법 집행기관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수사라는 데 동의했다.
미국 통계매체 파이브서티에잇은 "정치인들이 위기의 시기에 지지층 결집 효과를 경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치적 반대자들이 침묵하고 비판하는 것을 멈추기 때문"이라며 "이미 트럼프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존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의 라이벌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 나섰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기소는 정의보다 복수에 가깝다"고 말했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격노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디샌티스 주지사도 "정치적 의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법률 시스템을 무기화하는 것은 법의 지배를 완전히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며 "비(非) 미국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형사 재판, 신뢰도 하락…당선되더라도 사건 축소 우려
유죄 판결 가능성은 대선 운동 과정이나 대통령 당선 후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파이브서티에잇이 1998~2016년 선거를 분석한 결과, 어떤 종류든 스캔들에 시달리는 정치인들은 예상보다 평균 9%p 더 나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체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였던 허셜 워커가 전 여자친구에게 임신중절 비용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매체는 "이번 기소만으로 공화당원들을 트럼프로부터 몰아내기에 충분하지 않더라도 현재 그가 받고 있는 다른 세 가지 조사와 결합해 여전히 그를 해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 사건 외에도 1·6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 조지아주 선거 개입 사건,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사건 등으로 조사받고 있다. 대니얼스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일어났던 사건이지만, 선거 개입 의혹을 비롯한 나머지 사건들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일어났기 때문에 정치적 여파가 더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형사 재판을 받는 모습은 궁극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뢰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미국 공영방송 PBS는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그 여파가 더욱 크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구속된다면, 대통령의 지도력이 크게 손상되고 사건을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1973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조사받을 때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가 무능력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공무 수행에 대한 물리적 간섭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외 이동이 어렵고, 기밀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건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타임지는 "백악관에 있는 동안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이 연방 법원의 기소 대상이 아니며 정보를 숨기기 위해 행정 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볼티모어 대학의 법학 교수인 킴 웨일도 타임지에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기소를 기각하거나 사건을 경범죄로 축소하도록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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