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호랑이’ 최순호, 40년째 같은 몸무게 유지 비법은?[이헌재의 인생홈런]

이헌재 기자 2023. 4. 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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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에서 그림같은 동점골을 뽑아낸 최순호(왼쪽에서 2번째)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최순호 프로축구 수원FC 단장(61)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터뜨린 화끈한 중거리포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이자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그는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프로축구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K리그 명예의 전당’을 신설했는데 최 단장은 초대 헌액자 6명에 포함됐다. 연맹은 선수 부문에서 출범 40주년의 의미를 담아 역대 최고의 선수들을 10년의 세대별로 1명씩, 총 4명 선정했다. 최 단장은 이 중 1세대의 대표 선수로 뽑혔다. 그는 1980년 실업팀 포항제철 축구단에 입단해 프로축구가 출범한 1983년부터 1991년까지 포항제철과 럭키금성에서 활약하며 K리그의 태동을 알렸다. K리그 통산 100경기에 출전해 23골, 19도움을 기록했고, 1986년 포항제철의 리그 우승과 1984년 K리그 베스트11을 차지했다.

그의 축구 인생 2막은 지도자였다. 선수 은퇴 후 1998년 포항 코치로 컴백해 2000년부터는 감독으로 2004년까지 포항을 이끌었다. 2006년부터 3년간은 실업팀 울산현대미포조선을 지휘하며 내셔널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강원FC 창단 감독을 지냈다. 이후 FC서울 미래기획단장,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가로 변신했다가 2016년 말 다시 포항 사령탑으로 복귀한 뒤 2019년 중반까지 감독직을 수행했다. 이후에도 같은 팀의 기술이사로 포항 유스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작년 말 수원FC 제5대 단장으로 선임돼 올해부터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올해 1월 수원FC 제5대 단장으로 취임한 최순호(왼쪽). 수원FC 제공

프로 구단 운영의 수장으로 축구 인생 3막을 열어젖힌 그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 단장은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조금 일을 깊이 하려 하면 일이 많아지고, 편하게 가려 하면 적어진다. 난 원래부터 일을 깊게 하는 편이라 생각했던 대로 일이 많다”고 했다.

시민구단인 수원FC에는 남자팀과 여자팀, 그리고 유스팀이 있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그의 역할이다. 최 단장은 “프로축구가 40살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축구 선진국들의 기준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시스템과 인프라를 좀 더 단단하고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우리 팀의 경우 아직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가 부족한 편이다. 구장과 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제대로 된 클럽하우스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또 더 많은 관중들이 축구장을 찾도록 하는 것도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사람 만나는 게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취임 후 3개월 정도 지났지만 연고지인 수원에 있는 생활 축구인들을 일일이 찾아 거의 모든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동시에 엘리트 축구인들을 만나서는 조언을 구하고 응원을 부탁한다. 구단 운영에 행정적으로 또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 내 오피니언 리더들도 틈나는 대로 만난다. 최 단장은 “다행인 게 연락을 드리면 다 좋아해 주시고, 찾아뵈면 다 환영해 주신다. 옛날얘기를 듣기도 하고, 해 드리기도 하는데 상당히 재미가 있다”고 했다. 이렇듯 왕성한 활동의 기본이 되는 것은 당연히 체력이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요즘은 가벼운 등산이나 트레킹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최순호 단장 제공

최 단장은 “마음으로는 아직도 30대 같은데 어느새 나도 예순이 넘었더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오전 5시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6시 반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한다. 점심은 직원들과 함께 하거나 모임에 참석해서 먹는다. 저녁 약속은 가능한 한 잡지 않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다.

음식량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쓴다. 최대한 소식하려고 한다. 고기를 먹으러 가면 한 자리에서 10점 이상 먹지 않으려 한다. 또 가능한 한 고기보다는 생선류를 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 이상 과식을 하지 않으려 해도 과식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음식 조절이 지켜지지 않을 때 그는 운동을 통해 이를 만회한다. 최 단장은 “음식조절과 운동으로 항상 내 체중을 유지하려 한다. 선수 시절 몸무게가 82kg이었는데 지금도 정확히 82kg이다. 40년 동안 한결같이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살이 꽤 찐 적이 있다. 은퇴 후에도 선수 때 먹던 것처럼 먹었다가 몸무게가 90kg에 육박한 적이 있다. 그는 “그 살을 다시 빼는 데 한참 동안 고생을 했다. 그 이후엔 다시 고생을 하지 않으려고 철저하게 조절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2016년 열린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는 최순호 단장. 동아일보 DB

젊은 시절은 활동적인 운동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운동을 주로 한다. 최근에는 인근의 낮은 산을 오르내리거나 호수 근처를 트레킹하며 기분 좋게 땀을 흘린다. 그는 “지금 사는 수원에는 그리 높지 않은 광교산이 있고, 호수도 여럿 있다. 시간이 나면 배낭에 김밥 한 줄이나 햄버거 하나 넣어서 집을 나선다. 책도 한 권 넣어간다. 어떤 날은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도 있다”고 했다.

그가 중장년에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근력 운동이다. 특히 코어 부분의 근육을 키워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최 단장은 “절대 무리하지 말고 자기 능력과 파워에 맞게 해야 한다. 반드시 피트니스센터를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동네 공원이라 집에서도 얼마든지 가볍게 할 수 있다”며 몇 가지 간단한 운동 동작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운동이 벽을 잡고 까치발로 서는 것을 반복하는 종아리 운동과 허벅지 근육에 도움이 되는 스쿼트다. 또 엎드린 자세에서 발과 상체를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는 허리 부분을 강화할 수 있고, 누워서 양발 올렸다 내렸다 하면 복부가 단단해진다. 팔굽혀 펴기를 통해서는 등과 어깨 근육을 키울 수 있다. 그는 “시간이 없다고들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따지고 보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게 운동”이라며 “하루에 20분, 30분이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습관화하면 몇 달 되지 않아도 한결 건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생활체육으로 축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에게도 축구를 더 즐길 수 있는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경기도 좋지만 훈련도 함께 하면 더 좋다”고 했다. 그는 “운동도 악기와 마찬가지로 전문적으로 배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차이가 많이 난다. 연습을 하지 않고 경기에서 공만 차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실력이 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며 “이전에 한 시간 반 경기를 했따면 앞으로는 절반 정도는 경기를 하고, 절반은 훈련을 하는 식으로 6개월 정도를 보내면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차츰 경기 시간을 늘리고 훈련 시간을 줄여도 된다. 실력이 늘면 축구가 훨씬 재미있어진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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