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다르다더니···대통령도 당대표도 제주 4·3 추념식 불참
“절대 우리 (4·3 사건)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아,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전날인 지난해 3월8일 제주 유세에서 말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당선인 신분으로 지난해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도 참석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대통령 및 당선인으로는 첫 추념식 참석이었다. 그는 추념식에서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에 새 정부에선 4·3 사건을 둘러싼 진영 간 갈등과 희생자·유가족의 상처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행보는 기대와 달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관을 보인 김광동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을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제주 4·3은 공산주의 세력이 벌인 무장투쟁이자 반란”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제주를 찾아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4·3 사건 관련 단체들은 사실 왜곡이라며 태 최고위원의 사과와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태 최고위원에게 발언 자제를 요청했지만 태 최고위원은 되레 이를 계기로 당내 보수층의 지지를 받으며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당내 친윤석열계에선 상대적 열세였던 태 최고위원의 전략 성공이라며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은 오는 3일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를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지난 1일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시구를 하고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것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높지 않다. 추념식엔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 대신 참석해 정부를 대표해 추념사를 읽을 예정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고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게 적당한지는 늘 행사를 기획하며 고민이 있다”면서 “올해는 총리가 가는 게 적정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리가 추념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윤석열 정부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모두 불참한다. 당내 일정이 많아서란 이유다. 여당을 대표해선 김병민 최고위원,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참석한다. 당에서는 제주와 관련한 현안을 묶어서 추후 별도의 지도부 방문 일정을 잡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제주 4·3 추념식은 매년 그 날에 하기 때문에 참석하려면 사전에 조정이 가능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추념식에 참석하는 인사들의 ‘급’을 낮추려 의도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당내 비윤석열계와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4·3 대응과 대비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와 손잡고 출마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이번에 제주에서 전당대회 후 첫 공동행동에 나선다. 4·3 희생자들을 추념하고 유족들과도 만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출동해 제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한다. 재임 기간 총 세 차례 공식 추념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제주를 찾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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