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심정지 겪고 생명 나눔…4명 살리고 떠난 고민수 씨

▲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난 고민수 씨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된 50대 가장이 6번의 심정지 상태에서 돌아와 4명에게 장기를 나눠준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고려대안산병원에서 54살 고민수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린 후 숨졌습니다.

부산에서 살던 고 씨는 지난 20일 다른 도시에서 근무 중 추락 사고를 당했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가 됐습니다.

고 씨는 심정지가 6차례나 왔지만 다시 돌아왔고, 가족들은 이것이 다른 생명을 살리라는 뜻인 것 같다며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뇌사 상태일 경우에만 장기 기증이 가능하고, 심정지 이후엔 기증할 수 없으며 사후에는 각막 또는 인체조직만 기증할 수 있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고 씨는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보육원에 빵을 가져다주거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빵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고 씨의 아내 방영미 씨는 "의료진이 뇌사상태에서는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이 가능하다고 하자 자녀들이 먼저 기증하자고 했다"며 "평생 남을 위해 베푸신 아버지는 기증을 원했을 것이라는 아이들의 말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기증원에 말했습니다.

방 씨는 세상을 떠난 남편을 향해 "늘 가족을 위해 고생만 한 당신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며 "내가 오는 걸 알고 6번이나 힘든 순간 견뎌줘서 고맙다. 부디 하늘에서는 맘 편히 쉬길 바란다"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연합뉴스)

신승이 기자seungy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