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울창이야기] LG가 2위를 차지한 비결, 불 꺼지지 않는 감독실

이재범 2023. 4. 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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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항상 선수들보다 체육관에 계시는 시간이 많다.”

창원 LG는 LG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현주엽, 조성원, 조상현 감독에게 연속으로 지휘봉을 맡겼다.

조상현 감독은 선수 시절 2006~2007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LG에서 활약했다. 당시 LG는 2-6-5-4-5위로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한 시즌 최소 승수가 28승으로 모두 5할 이상 성적을 거뒀다. 5시즌 통산 팀 승률은 56.3%(152승 118패), 한 시즌 평균 팀 승수는 30.4승이다.

조상현 감독은 감독으로도, 선수로도 LG에서 처음 맞이한 시즌에는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개막 전 약체로 평가 받았던 LG가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조상현 감독의 지도력이다.

조상현 감독은 정규리그 중 LG에서 보낸 선수 시절을 언급했을 때 “LG 있을 때 플레이오프를 다 가고 좋은 기억이 있다. LG에서 찰스 민렌드, 현주엽 선수 등과 농구를 재미있게 했던 추억이 있 다. 2006~2007시즌이 처음이고, 그 다음에 문태영 선수와 3년 같이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선수 시절의 기운을 받아 앞으로 계속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거냐고 하자 조상현 감독은 “바람이다. 플레이오프를 계속 나가고 우승을 하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상위권에서 강팀으로 있는 SK 등처럼 만들고 싶다”며 “처음 감독을 하며 많은 것을 느끼는 시즌이다. 유재학 감독님께 조동현 감독이 물려받은 현대모비스처럼 조직적인 수비도 만들고 싶고, KGC인삼공사, SK의 움직임 등을 보며 강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매번 든다”고 했다.

강팀들은 그들만의 팀 색깔이나 문화가 있다. 조상현 감독은 “오프 시즌 때 운동량도 많이 가져가고 혼낸 적도 많다. 시즌 중에는 젊고 어린 선수들의 멘탈도 신경 써야 한다”며 “흐트러지는 걸 싫어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선수들과 더 소통해야 한다. 그 와중에 내 원칙과 틀에서 벗어나는 선수들을 혼낸다. 무턱대고 혼내지 않는다(웃음)”고 했다.

조상현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수비다. LG는 이번 시즌 평균 76.6점을 허용해 최소 실점 1위를 기록했다.

조상현 감독은 “시대가 바뀌고 수비도 세밀해졌다. 우리는 수비를 안 할 수 없다. 3~4명이 공격을 잘 하면 수비를 조금 등한시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서) 수비를 할 수 밖에 없다”며 “80점 경기를 못 할 때도 있는데 실점을 80점 이상 주면 안 된다. 그래서 수비를 강조했다”고 수비를 중시하는 이유를 들려줬다.

이재도는 조상현 감독의 수비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너무 다양하고 세밀하다. 우리가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말로만 시켜서 ‘이렇게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항상 선수들보다 체육관에 계시는 시간이 많다. 선수는 어쩔 수 없이 믿고 따른다”며 “그렇다고 강하게 질책하고 강제로 따라오라고 하는 게 아니다.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선수들이 따르게 하는 그런 카리스마가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따른다”고 답했다.

이어 “당연히 수비 이해가 되는 선수도 있고, 이해가 안 되는 선수도 있다. 그런 건 고참 선수들이나 코치들이 잘 잡아준다”며 “선수들이 감독님을 믿고 하는 게 이번 시즌 우리가 잘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감독님께서 우리보다 체육관에 오래 있는다는 걸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고 덧붙였다.

조상현 감독이 선수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코트에 나와 훈련한다고 했다는 추가 질문을 받은 이재도는 “전래동화 ‘의좋은 형제’라고 새벽에 형과 동생이 서로 볏짚을 옮기는 그런 느낌이다. 감독님께서는 자신이 돋보이는 것보다 선수들이 돋보이게 하려고 그렇게 말씀하신다”며 “잘 되고 있으니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시스템과 틀을 잘 만들어주신 걸 감사하게 여기며 시즌을 치른다”고 했다.

조상현 감독은 아침 6시 즈음 체육관에 나와 2시간 가량 운동부터 하는 편이었다. 그리곤 감독실에서 농구 경기 영상을 보며 시간을 많이 보낸다. 해외리그는 NBA보다 유로리그 경기를 더 많이 본다고 한다. LG는 조상현 감독이 오랜 시간 체육관에서 머물자 접견실을 감독실로 바꿨다. 그 이전에는 코칭 스태프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했다.

조상현 감독은 “코치 때부터 습관이 되었다. (체육관에) 오래 있는다고 잘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영상 보는 걸 좋아한다. 유로리그 영상을 보며 도움을 받는다”며 “나 때문에 코치들이 피곤할 거다(웃음). 잘 알고 있던 세 명(임재현, 김동우, 박유진)의 코치가 잘 따라준다. 내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니까 분명 힘들 거다. 그걸 잘 따라줘서 예상보다 높은 곳에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조동현 감독은 선수에서 은퇴한 뒤 오리온(현 캐롯)에서 코치를 맡아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당시 추일승 오리온 전 감독은 코치들에게 숙제를 내주곤 했다.

조상현 감독은 “(추일승 감독님께서 숙제를) 코치마다 나눠주셨다. 나는 상대 패턴 분석도 많이 했다. 추일승 감독님 밑에서 코치 생활하면서 2군(D리그)도 같이 훈련시켰는데 그 때 정말 많이 배웠던 시기다”라며 “힘들기도 했다. 2군 선수들을 따로 훈련시키고, 1군(정규리그)에서 패턴 훈련도 해야 하고, 감독님께서 상대 패턴 분석도 해보라고 하셔서 그 때 오리온에서 코치했던 5년 동안 많이 공부했다. 국가대표팀 김상식 감독님 밑에서 코치를 하며 세계농구를 보면서 트렌드도 봤다. ‘이런 나라는 이런 수비를 하는구나’라고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재도는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한 뒤 “감독님과 코치님의 역할이 컸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가장 다른 점은 선수 활용 폭이 넓어진 것이다. 못 뛰던 선수를 뛸 수 있게 만든 게 가장 큰 차이점이지 않나 싶다”며 “왜 뛰어야 하는지, 이렇게 하면 뛸 수 있다고 선을 정하고, 동기부여를 주신다. 윤원상, 정인덕, 김준일 선수 등 (제 몫을 하게 만든) 그런 게 역량이지 않나 생각한다. 저나 마레이, 이관희 형, 정희재 형은 당연히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 게 지난 시즌과 다른 부분이다”고 조상현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데뷔 첫 시즌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은 조상현 감독이 2주 동안 어떻게 준비해서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를지 궁금하다.

#사진_ 점프볼 DB(윤민호, 이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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