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강릉 커피'와 기업가형 소상공인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서울경제]

마스크 해제와 함께 때 이른 벚꽃이 만개하면서 지난 주말 영동고속도로는 정체를 겪었다. 강릉은 푸른 동해 바다와 해변이 아름다운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사시사철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명실상부한 관광도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강릉이 가진 자연과 역사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상권을 명소로 만들어낸 기업가형 소상공인들의 노력이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이들은 동네커피점을 전국적 규모의 프랜차이즈로 키워내고, 음료를 파는 것에서 나아가 로스팅 공장을 설립하고 커피나무를 재배한다. 호평을 받는 수제 맥주 브랜드를 만들고 책방, 감자 메뉴, 식당, 굿즈 상품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지역의 명물들을 탄생시킨다. 행복한 것은 지역주민과 소상공인 모두이다. 여가를 즐기는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찾아오는 외지인 손님을 맞으면서 상권이 활성화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 크리에이터처럼 장인정신과 기업가정신,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을 ‘기업가형 소상공인’이라 명명하고 소상공인의 혁신 모델로서 육성하고 있다.

‘피칭’은 짧은 시간 안에 사업 계획을 발표하게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적인 마인드가 돋보이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소상공인을 발굴할 때도 피칭방식이 사용된다. ‘융합’은 혁신을 만드는 방법론으로 소상공인에게도 유효하다. 카페에 지역 미술가와 공예가의 작품이 연결되고, 소상공인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에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접목된다. 강릉 커피 사례에서 보듯이 판매 서비스와 제조·농업·관광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은 기업가형 소상공인 생태계에서는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혁신적이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융자나 보증이라는 일반적인 방식 외에도 민간 자금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계된 모델을 도입한다. ‘동네펀딩’은 동네 주민이 소상공인에게 투자하고 그 수익을 현금이나 제품으로 돌려받는 것으로 일종의 크라우드펀딩이다. 소상공인은 상환의 부담을 덜고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주민들은 상권 활성화의 수익을 나누며 지역경제의 소비자이자 투자자가 된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온라인을 마케팅 등에 활용은 하지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 매장을 찾는 손님을 인정 담긴 미소로 맞이하고 지역이 가진 특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쟁력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비대면 플랫폼과 수도권 집중으로 침체된 지역 상권에 생기를 돋워낼 주체로 주목받는다.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 지역 소멸의 극복,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경제주체로 떠오르는 기업가형 소상공인의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