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지고 역풍 맞을라’..SK이노, SK온 IPO에 안전핀[김성진의 인더백]

김성진 2023. 4.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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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공개매수해 SK온 주식 교부
SK온 IPO에 만전 기하려는 의도
재무부담 몇 년 새 대폭 확대..자본조달 중요성↑
향후 주가 움직임 관심

※김성진의 인더백은 ‘인더스트리(industry)’와 ‘백(back)’의 합성어로 산업의 뒷얘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대형 사업·재무 이벤트뿐 아니라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공시 등을 짚어내 다양한 시각에서 산업과 기업의 생로병사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이례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는 배경으로 ‘IPO 잡음 최소화’와 ‘SK이노베이션 주가하락 방지’가 꼽힌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핵심사업 분할 후 상장’이 개인투자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꼼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터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김양섭 재무부문장,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 SK온 지동섭 사장, SK지오센트릭 나경수 사장(왼쪽부터)이 30일 열린 ‘주주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특히 빚을 내며 대규모 설비투자를 연달아 벌인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몇 년 새 재무부담이 몰라볼 정도로 커진 상황이다. 그룹의 미래를 짊어질 배터리 사업회사 SK온의 자금조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K온 주식 줄게 SK이노 주식 다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달 30일 정기 주주총회 후 주주와의 대화에서 발표한 주주친화 정책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주식 맞교환이다. 이는 IPO 시점에 맞춰 SK이노베이션의 주식을 SK온의 주식을 바꿔준다는 것으로, 자회사 상장 때 모회사의 가치가 하락해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왔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시가총액의 약 10%에 달하는 주식을 주주들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사들이고, 이에 대한 대가로 현금 대신 자회사 SK온의 주식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주주들은 SK이노베이션 주식 대신 SK온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그동안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재상장시키는 기업들의 행위는 기존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잦아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더 큰 성장성을 가진 신설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그 모기업에 대한 가치가 하락해 빈 껍데기 취급을 받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화학이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고 상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LG화학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주주들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미래를 보고 투자했는데, 이 사업을 별도의 회사로 떼어내 주식시장에 새로 상장시켰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주권익 제고 방안을 내놨다. 정부 당국은 지난해 말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대한 보호장치로 공시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상장심사 강화 등을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주식 공개매수 후 SK온 주식 맞교환 정책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너무 커진 재무부담..SK이노, SK온 IPO에 만전

SK이노베이션의 이례적인 주주친화 정책은 IPO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풀이된다. 향후 IPO에 차질이 생긴다면 자본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였던 SK이노베이션은 선두그룹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벌여왔다. 덕분에 SK온은 단기간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순위 5위(중국시장 제외)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재무건전성은 큰 폭으로 악화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 규모는 14조5148억원에 달했다. 2017년 순차입금이 1조328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새 그 규모가 무려 1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순차입금은 기업이 빌린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것으로, 실제 갚아야 할 빚의 규모를 나타낸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그 규모가 훨씬 큰 상황이다. 2년 전인 2021년 1월 SK이노베이션은 전년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앞으로 많은 자금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순차입금이 10조원 이내에서 유지되도록 재무건전성 유지에 만전을 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순차입금은 8조7254억원으로 10조원 미만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것이었지만, 현재는 그 상한선을 무려 4조5000억원이나 초과한 상태다.

주가 방어 얼마나 될까

또 이번 주주친화 정책은 SK이노베이션의 주가관리를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LG화학 사례에서 경험했듯 핵심 자회사의 중복상장은 모회사의 주가 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주주친화 정책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발표 당일인 30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 대비 13.8%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31일 주가는 4.22%포인트 하락해 아직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여건만 놓고 보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비교해 더 좋을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사업 연계성을 가져가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그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리튬 배터리 핵심부품 분리막 제조 자회사인 SK아이테크놀로지는 이미 2021년 기업공개를 통해 모회사와 중복상장을 한 상태다. 더블 카운팅(기업가치 중복 계산)으로 SK아이테크놀로지의 가치가 SK이노베이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국내 주요 배터리 동박 제조업자인 SK넥실리스와는 아무런 지분관계도 없다. SK넥실리스는 SKC의 자회사고 SKC는 그룹 지주사 SK㈜의 직접 지배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상장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정유, 화학, 석유개발, 윤활유 등의 사업자들만 비상장사로 보유하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SK이노베이션의 주주친화 정책은 상당히 진보적”이라며 “SK온 IPO에 대한 반발을 줄이고 SK이노베이션 주가를 관리하기 위한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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