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의 나라 키프로스]① 매년 400만명이 찾는 아프로디테의 고향
블루라군 요트·수중 박물관… 발달한 수상 활동
“3월 수온 15도라 물놀이 관광객 꽤 많아”
아프로디테 유적부터 고대 모자이크 등 유적 풍부
코로나19·러-우 전쟁으로 관광객 84% 급감
키프로스 정부, 2030 관광 전략 세워 집중 투자 중
“우라노스의 피에 서린 사랑의 정기는 바다에 떨어져 거품이 되어 떠돌다가 한 섬에서 아름다운 여신을 빚어냈다.”
소설가 이윤기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신’이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rodite)’고, ‘한 섬’이 바로 키프로스다.
키프로스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우리에게는 분단국가로 알려졌지만, 유럽의 사람들에게는 대표적인 휴양지다. 신화 속 미의 여신의 고향으로 묘사될 만큼 아름다운 섬이라는 이유에서다.
◇ 방문 목적 다양해도 단연 바다… 블루라군 수영부터 수중 박물관까지
지난달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비행기를 타고 4시간여를 비행한 끝에 구름 아래로 내려가자, 섬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푸른 지중해의 해변들과 바다에 둘러진 초록빛 섬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신화 속 여신의 고향으로 꼽힐 만한 경관이었다.
경기도(1만171㎢)보다 조금 작은 9251㎢ 면적의 섬나라지만,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매년 400만명의 관광객이 이 경관을 즐기기 위해 키프로스를 찾았다.
영국과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여름이면 바다에서 해수욕과 수상스포츠를, 겨울이면 눈이 내리는 산간 지역에서 스키를 즐기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꼭 물놀이나 스키가 아니더라도 자국의 추운 날씨를 피해 오거나, 탐조(探鳥)나 자전거 타기 등 취미 활동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자신을 영국 리버풀에서 온 조(82)라고 소개한 한 관광객은 “고향의 겨울은 너무 추워 매년 키프로스의 라르나카를 찾아 겨울을 나고 있다”며 “주로 12월부터 3월까지 이곳에서 지내다가 돌아간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목적의 관광객들이 키프로스를 찾는다지만, 이곳의 성수기는 단연 여름이다. 여신이 태어난 곳이라는 신화가 와 닿을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 즐비해서다. 그렇기에 해안가를 따라 도시가 발달했고, 수도 니코시아를 제외한 모든 주요 도시가 해변을 끼고 있다.
많은 해변이 발달해 있고, 기후가 온화하다 보니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다양한 수상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날씨가 맑지 않은 3월 말이었음에도 한낮 기온이 섭씨 22도까지 올라 해수욕은 물론 카이트 서핑까지 즐기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요트를 타고 블루라군에서 수영을 하거나,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수중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도 가능했다. 요트를 타고 블루라군에서 물놀이를 즐긴 한 영국인 커플은 “물이 아직 조금 차긴 하지만 즐거웠다”면서 “3월에 바다에서 수영한다는 것은 영국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관광 가이드 알렉시아 크리스토돌루는 “여름에는 기온이 섭씨 31도까지 올라 물놀이를 하는 관광객이 많지만, 3월에도 수온이 15도 정도를 유지하기에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꽤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물놀이를 하지 않더라도 도시의 해변마다 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석양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도 많다”고 했다.
◇ 키프로스를 풍성하게 만드는 그리스 신화 유적들
바다 아름다운 섬나라 키프로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섬에 있는 유적들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키프로스는 그리스 문화와 가까운 섬 곳곳에 다양한 유적들이 분포해있다.
이 가운데 아프로디테의 탄생지로 알려진 파포스(Paphos)의 ‘파포스 지구’는 198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는 바위인 ‘페트라 투 로미우(Petra tou Romiou)’와 그녀의 신전은 물론, 모자이크 작품 등을 비롯해 신석기 시대부터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잘 보존돼 있어서다.
특히 해변에 있는 페트라 투 로미우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순례 장소로 유명했다. 이 바위에는 ‘보름달이 뜬 밤에 알몸으로 헤엄쳐 바위를 세 바퀴 돌면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는 데다, 사랑의 여신이기도 한 아프로디테의 탄생지이기에 많은 연인이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오후에 찾은 페트라 투 로미오에는 성수기가 아니었음에도 60여명의 관광객들이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돗자리를 펴고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로 입을 맞추거나 포옹을 하는 커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파포스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네아 파포스(Nea Paphos)’로 불리는 파포스 쿠리온 지역의 고고학 유적지에 남아있는 오래된 모자이크 작품들이다.
모자이크 작품들은 ‘아이온의 집’, ‘디오니소스의 집’, ‘테세우스의 집’ 등으로 불리는 저택의 터 바닥에 놓여 있었는데, 대략 20개나 됐다. 대부분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들로 저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궁 속의 괴물 미노타우르스와 테세우스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나, 신의 시샘을 받은 여인이 괴물로 변해 마을을 부수고 사람들을 모두 죽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형형색색의 돌로 재현돼 있었다.
이들은 모두 3~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이지만, 보존 상태가 몹시 양호한 점도 인상 깊었다. 크리스토돌루는 “모자이크들은 지진으로 인해 1600여년간 묻혀 있다가 1962년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됐다”며 “그 이후 정부가 곧바로 이 지역을 사들여 유적 보존이 잘 됐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러-우 전쟁으로 관광업 난항… 2030 전략 수립해 적극 투자
이처럼 훌륭한 관광자원을 가진 키프로스지만, 최근에는 관련 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수가 급감한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서 오던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키프로스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2020년 키프로스를 찾은 관광객 수는 63만명으로 전년(398만명)대비 84.2% 줄었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321만명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관광으로 인한 수입 역시 줄어들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키프로스의 관광산업은 32억5000만달러(4조2201억원)의 수입을 기록하며 키프로스 전체 GDP의 12.51%를 차지하였으나, 2020년에는 25억870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키프로스는 ‘국가 여행산업 전략 2030(National Tourism Straregy 2030)’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라르나카와 파포스에 있는 오래된 관광 도시들을 재개발하고, 더 많은 관광 자원을 발굴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관광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키프로스는 이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관광객 수 450만명을 달성하고, 관광산업 수입을 15억유로(2조1269억원)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조지 미나스 키프로스 관광청 시장개발책임자는 “아시아 관광객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관광객의 3분의 2가량이 영국과 러시아에서 오는 관광객이고 나머지가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국가 및 일부 아시아 관광객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아시아에서 오는 관광객이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아시아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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