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KIA가 모르던 김광현… 149승과 150승 김광현은 또 달랐다

김태우 기자 2023. 4. 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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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과 달라진 패턴으로 통산 150승 고지를 밟은 김광현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이자 ‘살아 있는 전설’인 김광현(35‧SSG)이지만, 사실 개막전에서는 그렇게 좋은 기억이 없다. 그간 총 세 번의 개막전 선발 등판에서 승리가 단 하나도 없었다.

결과만 무승이 아니라 내용도 썩 좋지 않았다. 2014년에는 넥센(현 키움)에 5이닝 4실점(3자책점)으로 다소 고전했고, 2016년에는 kt와 경기에서 4⅔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가장 근래 등판이었던 2019년 kt전에서도 6이닝 4실점으로 역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2020년과 2021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뛴 김광현은 지난해 컨디션을 더 만들고자 개막전 선발을 윌머 폰트에 양보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외국인 선수 잔치인 개막전 선발에서 키움 안우진과 함께 국내 선발 개막전 선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사실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는 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정상적인 시범경기 루틴을 만들지 못했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 최종 투구 수도 80구가 채 안 됐다. 하지만 김원형 감독은 김광현의 기량과 경험을 믿었고, 홈에서 열리는 개막전에 가장 적합한 투수라 생각했다.

경기 초반에는 몸이 덜 풀린 듯 개막 악연이 이어지는 듯했다. 1회부터 위기였다. 선두 박찬호에게 안타를 맞은 것에 이어 김도영에게도 안타와 도루를 연거푸 허용하고 무사 2,3루에 몰렸다. 하지만 김광현은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위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김선빈을 3루수 땅볼로 잡았고, 소크라테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무사 2,3루 위기를 1점으로 막아내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변화구 비중이 높았던 만큼 볼의 개수가 많아진 것은 어쩔 수 없는 대목. 이후에도 악전고투하는 양상은 이어졌다. 2회에는 하위 타선에도 많은 공을 던졌다. KIA 타자들의 끈기가 있었다. 3회에도 박찬호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어 2사 1,2루에서 황대인의 유격수 땅볼 때 야수 선택이 나오며 또 만루 위기에 몰렸다. 컨디션과 흐름 모두에서 이날 경기의 최대 고비였다.

2사 만루에서 베테랑 최형우에게 연거푸 세 개의 볼을 던지며 밀어내기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김광현은 패스트볼보다는 슬라이더 세 개를 연속으로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밀어 넣어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고 불을 껐다. 김광현을 잘 아는 최형우지만 완전히 달라진 패턴에 허를 찔렸다.

4회에도 선두 이창진, 1사 후 김호령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날 김광현에게 안타 두 개를 뽑아낸 박찬호를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하고 불을 껐다. 김광현은 2-1로 앞선 5회에도 올라 세 타자를 범타로 요리하고 기어이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다. 야수 선택을 포함해 8타자에게나 출루를 허용하고도 실점은 단 하나였다.

아마도 KIA 타자들로서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김광현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만한 한 판이었다. 이날 김광현의 패스트볼(23구) 비중은 전체 투구의 26.4%로 개인 경력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26구)를 생각하던 KIA 타자들에게 가장 많이 던진 구종은 체인지업(30구)이었다.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지만, 김광현의 클래스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김광현은 경기 후 변화구 구사 비율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이 쓸 수도 있고, 직구를 더 많이 쓸 수도 있다. 그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라면서 "요즘 들어서 상황에 따라 진짜 필요하다면 (변화구를) 더 많이 구사할 수도 있다. 직구를 안 던진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 계속 지켜봐 주시고,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광현은 통산 327번째 등판에서 150승을 기록, 최소 경기 150승(종전 정민철 347경기)을 달성함과 동시에 KBO리그 역대 5번째 150승 대열에 올라섰다. 30대 중반에 이른 김광현이 예전처럼 150㎞를 펑펑 던지며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기는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날 피칭은 김광현이 200승으로 가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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