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데뷔전 승리…이승엽 감독 "힘들단 표현도 부족"

김희준 기자 입력 2023. 4. 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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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로하스 끝내기 홈런…두산 연장 혈투 끝 개막전 승리
이승엽 감독도 데뷔전 승리 장식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데뷔전 승리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2023.04.01jinxiju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냉온탕을 오간 끝에 힘겹게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를 맛본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었다.

두산이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호세 로하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12-10 승리를 거둔 후 이승엽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힘들었다는 표현은 조금 부족하다. 4시간 반 넘게 경기했는데 무척 길었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희로애락을 다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후 선수단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은 이승엽 감독은 "선수 때보다 기분이 좋다. 선수 때에는 내가 잘하면 기분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나가는 선수들 중 누가 잘해도 기분이 좋더라"며 "선수 때 동료 선수가 잘할 때 느낀 기분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은 더 애틋한 느낌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는 이승엽 감독의 사령탑 데뷔전으로 어느 개막전보다 큰 관심을 모았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두산은 지난해 9위에 그친 후 7년간 동행한 김태형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두산이 재도약을 위해 선택한 새 사령탑은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로서 화려한 족적을 남겼지만, 은퇴 후에는 해설위원, 장학재단 이사장, KBO 홍보대사와 기술위원 등으로만 활동해 지도자 경험이 없었다.

시범경기를 치르기는 했지만, 이날 개막전은 이승엽 감독이 '지도자 이승엽'으로서 공식전에서 첫 선을 보이는 무대나 다름없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 감독은 선수 데뷔전이었던 28년 전을 떠올렸다. 공교롭게도 이승엽 감독이 선수 데뷔전을 치른 것도 잠실이었다.

이승엽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1995년 삼성은 4월 15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개막전을 치렀다. 신인 선수였던 이승엽 감독은 대타로만 출전했고, 삼성은 LG에 1-5로 졌다.

이승엽 감독은 "신인 때 개막전을 여기서 했다. 처음 감독을 맡아 지금도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개막전을 치르는데 또 잠실이다'며 "선수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때는 내가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제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입장"이라고 돌아봤다.

선수 데뷔전에서 삼성이 패배한 사실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던 이승엽 감독은 "당시에는 제가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제가 스타팅 감독이다"고 농담하며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경기는 이승엽 감독이 원하는대로만 굴러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두산은 1회말 먼저 3점을 냈지만, 4회와 5회 3점씩을 내주는 등 투수진이 흔들리면서 3-8로 역전을 당했다.

끌려가던 두산은 7회말 대거 5점을 올리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7회말 무사 1, 3루에서 이유찬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했고, 이후 2사 1, 2루에서는 로하스가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개막전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두산베어스의 12 대 10으로 승리 후 이승엽 감독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4.01. ks@newsis.com

계속된 2사 1, 3루에서는 4번 타자 김재환이 바뀐 투수 구승민의 3구째 스플리터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포를 작렬했다.

두산은 8회말 1사 3루에서 이유찬이 스퀴즈 번트에 성공해 역전까지 해냈다.

하지만 9회초 다시 동점으로 따라잡힌 두산은 연장 11회초 롯데에 잭 렉스에 적시타를 맞아 리드를 내줬다.

두산은 포기하지 않았다. 연장 11회말 정수빈, 허경민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에서 로하스가 상대 구원 문경찬의 초구 직구를 노려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3점포를 쏘아올렸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경기에 종지부를 찍는 대포였다.

목이 쉰 이승엽 감독은 "힘들었다가 역전하면 좋아하고 했더니 목소리가 쉬었다"면서 "승리도 승리지만, 5점 차이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따라잡으면서 두산의 힘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9회 마무리 투수가 올라가고도 재역전을 허용해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장에서 승리해 일반적인 승리와 다른 기분이다. 정말 의미있는 승리"라고 돌아봤다.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승엽 감독은 홈런을 쳐줘야하는 김재환, 로하스가 대포를 가동한 무척 반겼다.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를 2번 타자로 기용할까 하다가 3번 타자로 내보냈다. 롯데에 왼손 투수가 이태연 뿐이라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적중했다"며 "5번 타자 양의지도 홈런은 없었지만 멀티히트를 떄려냈다. 모든 선수들이 훌륭한 플레이를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유찬에게 7회 무사 1, 3루에서는 강공을, 8회 무사 3루에서는 스퀴즈 번트를 지시한 이승엽 감독은 "7회에는 점수 차가 있었기 때문에 강공을 지시했다. 8회에는 1점차 승부라 한 점이 너무 중요했는데, 이유찬이 개막전 첫 출전이라 분명 긴장했을 것 같았다. 3루에 조수행이 있어 확률이 높다고 보고 세이프티 번트 사인을 냈는데 이유찬이 훌륭하게 작전을 수행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제 사령탑이 된 만큼 아쉬웠던 부분을 짚었다.

"사실 반성할 것이 많다"고 말한 이승엽 감독은 "선두타자 볼넷이 5개나 나왔고, 볼넷이 10개가 넘었다. 11회에도 이병헌이 볼넷을 내주는 바람에 실점했다"며 "이런 실수를 줄여가야 우리 팀이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4이닝 4실점으로 흔들린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승엽 감독은 "2020년 20승을 했던 투수라 믿었다. 알칸타라가 4회만 던지고 내려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면서도 "2년 동안 KBO리그에서 뛰지 않았고, 첫 경기라 긴장감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 등판에서는 좋은 투구를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이승엽 감독의 데뷔전 승리 기념구는 담장 밖으로 넘어가 팬의 손에 들어갔지만, 두산 구단에서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팀으로 돌아왔다.

구단 관계자로부터 '첫 승리 공을 구했다'는 말을 들은 이승엽 감독은 "잘했다"더니 "로하스에게 줘야한다. 로하스의 KBO리그 첫 홈런이 끝내기 홈런이니 로하스에게 주겠다"며 "저는 두 번째 승리 공을 받겠다"고 양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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