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두산 역사상 최초의 개막전 끝내기 홈런 이승엽 감독 “내가 쳤을 때보다 더 좋아”[SS 잠실in]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두산이 호세 로하스의 개막전 연장 끝내기 홈런으로 기분좋게 출발했다.
로하스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롯데와 홈경기에서 연장 11회말 무사 1,3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중월 끝내기 3점 홈런을 뽑아냈다. 1회 3점을 선취하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3-8로 끌려가던 7회말 김재환의 3점포 등으로 동점을 만든 뒤 8회말 이유찬의 기습번트 스퀴즈로 결승점을 뽑는 듯했지만, 동점과 역전을 허용한 긴 여정 끝에 얻은 승리였다.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두산 이승엽 감독은 “현역 때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보다 더 기쁘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감독은 “김재환이 중요한 동점 홈런을, 로하스가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뽑아줘 너무 좋다. 양의지도 멀티히트(2타점)를 기록했고, 테이블세터로 나선 정수빈 허경민도 4안타 4득점에 작전까지 완벽히 수행하는 등 선수들 전체가 고루 활약한 게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개선할 점도 있다. 볼넷을 포함해 4사구 10개를 헌납했다. 마무리 홍건희는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개막전부터 블론세이브를 남겼고, 믿었던 1선발 라울 알칸타라는 4이닝 만에 강판했다. 이 감독은 “승리를 따냈지만, 4사구 10개를 내주고, 선두타자 볼넷이 득점으로 이어지는 등의 경기는 앞으로 하면 안된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내일은 최원준이 선발로 나서는데, 오늘 너무 많은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최)원준이가 긴 이닝을 버텨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과는 승리지만, 과정은 악전고투였다. 1회말 로하스의 2루 땅볼과 양의지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선취할 때만해도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 알칸타라가 삼진 1개를 포함해 1회를 비교적 깔끔하게 막아냈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리드하고 있을 때 조금 더 공격적으로 볼배합했어야 하는데, 방어적으로 한 게 패착”이라고 말했다. 알칸타라는 4회초 1사 후 안타 하나를 맞은 뒤 8,9번타자에게 볼넷 두 개를 잇달아 내줘 롯데가 반격할 틈을 줬다. 4회초에만 36개를 던졌을만큼 제구도 구위도 안좋았다.
믿었던 선발이 조기강판한 뒤 경기가 꼬였다. 김명신과 이형범이 릴레이 등판했지만 불붙은 롯데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6회말이 끝났을 때 3-8로 점수차가 벌어져, 사실상 패색이 짙었다.
꼬인 흐름은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양석환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면서부터다. 불펜 사정이 안좋기는 롯데도 마찬가지. 김인태가 우전 안타로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이유찬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추격의 서막을 알렸다. 2사 1,3루에서 로하스가 우전적시타로 3점차를 만들자 김재환이 개막축포를 터트렸다. 8회말에는 양석환이 볼넷을 골라낸 뒤 조수행이 대주자로 나섰고, 견제실책과 희생번트로 3루에 안착했다. 이유찬은 초구에 기습번트 스퀴즈로 조수행을 불러들여 결승점을 뽑는 듯했다.
마무리 홍건희는 9회초 선두타자 유강남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1사 2루에서 안권수에게 우중월 3루타를 허용했다. 외야진이 전진수비를 펼친 탓도 있었지만, 초구를 쉽게 들어가다 장타를 내줬다. 급히 마운드에 오른 박치국이 1사 3루 위기를 잘넘겨,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연장 11회초 1사 후 볼넷으로 걸어나간 안권수가 안치홍의 중전안타 때 3루까지 내달았고, 잭 렉스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그러나 두산은 홈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11회말 반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선 정수빈이 우전안타로 물꼬를 텄고, 1볼에서 걸린 런 앤드 히트 작전을 허경민이 깔끔하게 수행해 1,3루로 이었다. 로하스는 흔들리는 롯데 투수 문경찬을 놓치지 않았고, 초구를 우중간 담장 뒤로 보냈다.
주인공이 된 로하스는 “희생플라이를 생각하고 스윙했는데 운좋게 실투가 들어왔다. 경기 내내 덕아웃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질것같은 생각이 안들었다. 이전에 이런 열정적인 응원을 본적이 없는데 팬분들 덕분에 이긴것 같다”며 “오늘처럼 한경기 한경기 내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게 목표”라며 환하게 웃었다.
색깔바꾸기에 성공한 두산이 크게 포효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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