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 살인, 피해자 ‘코인’ 노리고 석달 전부터 미행…청부 살인 가능성도

강은 기자 입력 2023. 4. 1. 16:58 수정 2023. 4. 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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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되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독자 제공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은 피해자의 재산을 노린 계획 범행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2~3개월 전부터 피해자를 미행하고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범행 전날 서울로 와 당일 오후 4시부터 피해자 사무실 인근에서 기다리며 피해자를 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오후 7시쯤 퇴근하는 피해자를 미행한 뒤 주거지 인근에서 납치했다.

1일 수서경찰서는 “피의자 A씨(30)가 피해자의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고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소유한 코인의 액수나 실제 (금품 갈취) 피해 여부는 확인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피의자 B씨(36)와 C씨(35)는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강도살인,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B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28일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이동해 당일 오후 4시쯤부터 피해자 사무실 인근에서 대기했으며 피해자가 퇴근하는 오후 7시쯤부터 그를 미행해 자택 인근에서 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범으로 지목된 C씨가 해당 여성을 범행 대상자로 지목하고 나머지 둘에게 범행 도구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만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에 이를만한 외상은 보이지 않고 질식사가 의심된다”면서 “향후 약독물 검출 등 분석 후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이 범행에 사용한 차량에서는 둔기와 주사기 등이 발견된 바 있다.

도주 과정에서 이들이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현금만 사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경찰 추적을 따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피해 여성을 납치한 후 서울톨게이트, 마성IC, 경기 용인, 대전 유성IC 등을 거쳐 대전 대덕구까지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대전 대청댐 인근에 피해자를 암매장하고 대전 대덕구에서 렌터카를 빌려 청주 상당구로 이동했다. 이후 다시 각각 택시를 이용해 경기 성남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택시를 수차례 갈아타고 옷을 사서 갈아입는 등 경찰 수사를 피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청부 살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3600만원 상당의 채무를 B씨가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범행해 가담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청부 사건인지 여부는 확인하고 있다. 사건의 중대성을 엄중히 인식해 추후 서울경찰청에서 전문 수사 인력을 지원받는 등 수사팀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직인 A씨와 주류회사에서 일하는 B씨는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이며, C씨는 피해자와 관계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있다. A씨와 B씨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며 알게된 사이이며, B씨와 C씨는 대학 동창이라고 한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 여성을 납치한 뒤 대전 인근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31일 긴급체포됐다. 목격자 신고를 받은 경찰은 납치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인들을 추적했으며 경기 성남에서 A씨와 B씨를 체포했다. 이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C씨를 추가로 붙잡았다. 피해자 시신은 체포 당일 오후 대청댐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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