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포털 시대 디지털 혁신] 한국 언론사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필요한 이유

박서연 기자 2023. 4. 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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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포털 시대 디지털 혁신 (02)] "개발자와 기자 간 '중간 역할' 필요, 오픈 마인드도 중요"
"기자와 개발자 서로 인정하며 가야 언론사 더 발전한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서로를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기자 직군과 개발자 직군이 대화가 안 돼요. 대화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서로를 동료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해요.” 서울신문, 한국경제, 세계일보 등 언론사에서 17년 가까이 개발자로 일하고 퇴사한 뒤, 2017년부터 또 언론사를 위한 CMS 및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는 임성묵 코드스 대표가 던진 첫마디다.

2000년 초반 인터넷뉴스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뉴스넷'에 입사해 웹 쪽에서 일했다. 그러다 뉴스넷이 없어졌고, 일부가 서울신문 안에 팀 형태로 들어가게 됐다. 당시 서울신문 홈페이지 관리를 맡았고, CMS 개발을 주로 했다. 9년의 경력 이후, 한국경제와 세계일보 등에서도 CMS 개발 업무를 주로 했다. 17년의 언론사 개발자 업무를 끝내고, 2017년 '코드스' 대표가 됐다. 직원 10명 중 7명이 그가 몸담았던 언론사 출신이다. 임성묵 코드스 대표를 지난 20일 서울 중랑구 코드스 사무실에서 만나 언론사에 필요한 제언을 들었다.

▲ 임성묵 코드스 대표

-여러 신문사에서 CMS(콘텐츠관리시스템, Contents management system) 개발 등 '프론트개발자'로 일했다.

“2000년대 초 서울신문에 입사하면서 인터넷 뉴스 웹 쪽(1995년 인터넷뉴스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뉴스넷' 오픈, 1999년 분사) 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서울신문 안에 팀 형태로 들어가게 됐다. 당시 서울신문 홈페이지 관리를 맡았다. 신문에서 쓴 기사를 홈페이지로 이관하는 툴을 만들었다. 신문을 찍고 나서, 신문 기사 파일을 떨궈주면(넘겨주면) 직접 작업해 인터넷에 올렸다. 그때만 해도 기사를 올리면 자동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이후 한경닷컴에서 일할 당시만 해도 신문과 온라인 기사 시스템이 따로 있었다. 2009년부터 통합CMS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고 2011~2012년 관련 개발을 했다. 이후 세계일보에 자체 CMS를 만들기 위해 들어갔다.”

- 최근 동아일보가 자체 CMS를 개발해 주목 받았다. 조선일보는 아크를 도입해 쓰고 있는데 여러 잡음이 있었다. CMS 측면에서 한국 언론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을까.

“안일하다고 평가한다. 기획할 때 기자들과 인터뷰하면서 어떤 기능들이 추가됐으면 좋겠는지 묻는다. 그런데 막상 오픈하면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개발된 CMS를 안 쓰겠다는 말까지 한다. 자신들이 직접 쓸 시스템이니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오픈마인드도 필요하다. 언론사 3곳에서 개발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기자들이라면 아이디어가 많을 것 같은데, 막상 바쁘다 보니 인터뷰할 시간이 짧다. TF팀 만들어 기자 직군 들어오라고 하면 막내를 많이 보낸다. 적어도 차장급은 들어와야 한다. 기자들이 할 일이 많다. 바쁘다 보니 그럴 수 있는데, 좀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현 언론사 디지털 개발조직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기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신문은 특히 기자가 주가 된다. 개발자들은 개발자가 중심인 곳에 있다가 언론사에서 일하게 된다. 사람에 대한 차별, 직군에 대한 차별도 있고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기자들의 표현이 강하다 보니 개발자가 버티지 못한다. 언론사에 오래 있던 개발자는 그런 걸 알기 때문에 포기할 건 포기하고 타협한다. 기자들은 밖에서 들은 이야기가 많고 아는 게 많다 보니 상황을 늘어놓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개발자들은 기승전결로 정리해 끝을 파악하고 만든다. 일을 크게 벌여 놓으면 결과물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자와 개발자 중간에서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실무단을 꾸려 기자와 개발자들이 함께 얘기하는데, 관점이 다르다. 문·이과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이럴 때 결정해줄 수 있는 능력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중앙일보·조선일보·한국경제·매일경제·SBS·한국일보 등 로그인월을 통한 유료화 실험에 나서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하려면 디지털 개발 조직이 어떻게 변해야 하나.

“큰 매체들은 자체CMS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10대 일간지가 아닌 경우는 개발자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CMS를 개발할 때 보면 내부 반발이 심하다. 이를 잠재울 수 있는 정도의 높은 지지가 필요하다. 대표이사를 설득해 자체 개발 CMS를 기자들이 쓰게 만들어야 한다. 기자들 마인드의 변화 없이 내부 개발자만 늘린다고 해서 바뀌진 않을 것 같다.”

-해외 미디어 기업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둔다. 한국 미디어 기업도 필요하다고 보나.

“지금이 더 필요하다. 그런 분들이 있어야 소통이 더 잘 된다. 언론사에 몸담으면서 친해진 기자들도 있지만, 소통하기가 쉽지는 않다. 내부적인 상황을 잘 알고 사업도 아는 엔지니어 출신이 CTO가 돼야 한다. 요즘은 언론사가 개발자를 수급하기 쉽지 않을 거다. 내부에서 인정해준 사람이 힘을 갖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한국 언론은 왜 디지털 부문 투자를 소홀히 한다고 생각하나.

“돈이 문제다. 2010년부터 4~5년간 언론사 해킹이 심각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시절이다 보니 (언론사 접속량이 많아) 언론사 해킹을 많이 했다. 홈페이지에 악성코드를 심어놓으면 여러 사람에 퍼뜨릴 수 있어서다. 그런데 '잠깐하고 넘어가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해킹에 대응할 보안장비를 얘기하지만 정작 투자로 이어지진 않았다. 개발자가 있는 곳은 비용을 사용하는 부서이지 돈을 벌어오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다. 비용 부서 취급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엔 (다른 기업의) SI(System integration,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에 관한 기획부터 개발, 구축, 운영 등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를 진행했다. 내부 일도 힘든데, 밖에 나가서 다른 기업의 개발 프로젝트를 하면서 돈을 벌어오는 일까지 시켰다.”

- '생성형AI' 시대, 언론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키워드를 입력하면 간단한 기사를 쓸 수 있는 프로그램 정도는 나와줘야 한다. 내부적으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많이 쓰게 하거나, 기사 건수를 채워야 하는 기자들이 있다. AI에게 키워드 몇 개만 던지면 기사를 써주니 기자들은 기사 작성 시간이 줄어든다. 이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현재 테스트해보니 키워드나 태그는 상당히 잘 뽑는다. 기자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다. 기자들은 기사 작성하고 나서도 부가적인 것을 처리한다고 바쁜데 '관련 기사' 엮는 거나 키워드를 빼는 거나 태그다는 건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다. 기자들의 노동을 줄일 수 있는 활용이라는 점에서 괜찮을 것 같다.”

-과거 언론사 근무할 당시 언론사 홈페이지는 어땠나.

“언론사 닷컴 사이트는 초반에 메인 홈페이지 하나에 리스트뷰가 다였다. 지금이야 검색창도 있고, 검색 아카이빙도 잘 되어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검색창조차 없었다. 지금은 언론사들이 인포그래픽으로 기획 기사도 멋지게 만든다. 지금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과거엔 총선, 대선 국면에서 특집 페이지를 개발한다고 하면 정말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과거 언론사들은 CMS 기능이 떨어졌을 텐데, 기사를 어떻게 올렸나.

“서울신문도 처음엔 CMS에 좋은 기능이 별로 없었다. 2000년대 중후반이 되면서 지금 언론사들 홈페이지에 다 보이는 '많이 본 기사', '관련 기사' 등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당시 메인페이지를 만들 때 내부에 있는 온라인 편집하는 분들이 일일이 HTML 랭귀지를 만들었다. 사람이 직접 코드를 짜서 변경했다. 정치, 경제, IT, 문화 등 분야의 코드를 다 따로 만들어 일일이 입력해 가면서 기사를 묶었다. 사회면 카테고리 기사의 코드가 '001002003'이면 기사들에 이 코드를 일일이 입력해 묶었다는 의미다. 기사를 올리는 편집자들만 10명이 넘었다. 보통 텍스트만 편집팀에 넘어온다. 수동적인 이 CMS 체계를 1기 CMS라고 부를 수 있겠다. 2기는 현재인데, 대부분 외주를 주는 것 같다. 큰 언론사는 사내 개발자들과 함께 개발한다.”

-CMS 개선 및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시기는 언제인가.

“네이버 뉴스캐스트 시절이다.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를 도입하니 갑자기 닷컴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당시 네이버 메인화면에 노출되면 기사 조회 수가 100만, 200만씩 나왔다. 광고 수입도 많아지고, 조회 수가 많으면 전재료도 올려받을 수 있었다. 2006년~2007년 닷컴 쪽에서 급격하게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코드스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저희는 엔디소프트(인터넷언론의 CMS를 주로 맡는 업체)와 같다고 보면 된다. 시스템을 만드는 곳이다. CMS와 언론사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주로 한다. 엔디는 온라인 기반 언론사들이 많이 쓴다. 신문사 기반으로 성장한 곳은 서울시스템이나 양재미디어를 주로 쓴다. 코드스는 그 중간 정도 역할이다. (창업을 할 때) 내가 직접 CMS를 만들면 좀 더 잘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과 닷컴의 CMS를 다 개발해봤으니까. 시작은 인터넷 CMS를 개발하는 형태로 시작했다. 대구일보, 쿠키뉴스, 광주방송(KBC), UPI뉴스 등 수십개 매체에 CMS를 공급하고 있다.”

-개발자와 언론사 소속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서로를 이해했으면 좋겠다. 대화가 안 된다. 대화를 하면 좋겠다. 서로 동료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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