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 봉급·처우 모두 열악한 초급간부… 軍 '획기적 개선책' 나올까

허고운 기자 2023. 4. 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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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엔 병장 본봉이 간부보다 높을수도
"돈 많이 주면 인재 몰리겠지만 현실은..."

[편집자주] '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한 국가중요시설에서 육군 제51보병사단 장병들이 자유의 방패(FS) 연습의 일환으로 적 드론공격 등 복합상황을 가정한 통합방위 상황조치훈련을 하고 있다. 2023.3.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군의 미래를 이끌 초급간부들의 지원률이 심각한 수준까지 낮아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줄어들고 봉급은 크게 증가한 반면 간부들의 처우는 크게 변하지 않은 탓이다. 우리 군의 '과학기술강군' 육성 목표도 결국 간부가 있어야 달성 가능한 만큼, 정부와 군은 우수 간부의 장기 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창끝부대 핵심인 초급간부들이 전투형 강군 육성을 선도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인식 아래 이르면 4월 중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종합계획 발표를 고려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14일 육군회관에서 이종섭 장관 등 주요 관계자와 각 군별 초급간부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급 간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장관은 지난달 23일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세미나'에 참석해 군 정책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장관이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에 적극적인 건 군 간부를 택하는 청년들이 줄어드는 상황이 이미 시작했기 때문이다. 초급장교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3사관학교, 학사장교, 학군사관(ROTC)의 경쟁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3사관학교의 입교 경쟁률은 2014년 7.3대1이었으나 작년엔 3.6대1로 줄었다. 학사장교 경쟁률은 2013년 6.2대1에서 작년 2.6대1로 급감했고, ROTC 경쟁률 역시 2015년 4.8대1에서 작년 2.41대1로 반토막났다. 수도권 대학의 ROTC는 정원의 절반 정도만 채우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3.3.23/뉴스1

사관학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방부가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육군사관학교 자진 퇴교를 선택한 사람은 2019년 17명에서 작년 63명으로 4년간 3.7배로 늘었다. 특히 작년 자퇴생 63명 중 절반인 32명이 1학년이었다. 한 학년 정원이 330명인데 약 10%가 1년도 되지 않아 학교를 떠난 것이다. 같은 기간 공군사관학교(정원 236명)에서는 자퇴생이 11명에서 18명으로, 해군사관학교(정원 170명)는 13명에서 24명으로 늘었다.

한 현역 위관장교는 "육사 등을 졸업하면 최소 복무 기간이 5년, 학군단도 28개월인데 병사로 가는 것보다 긴 군 생활이 큰 이득이 없다고 보는 후배들이 늘어났다"며 "과거엔 장교 출신이면 민간기업 취업시 우대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소득을 보면 병장의 경우 월급이 2013년 10만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00만원으로 올랐고 2025년에는 200만원을 넘어선다. 반면 올해 소위 1호봉 월급은 178만5300원이다. 수당까지 포함하면 병사보다 많은 월급을 받겠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올해 1월 임관한 하사 1호봉의 세후 평균 월급도 수당을 포함해 230만원 정도다.

이종섭 장관은 지난 23일 세미나에서 "병 복무기간 단축, 보수 및 수당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초급간부들의 군 생활에 대한 비전과 복무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단기복무 장려금 및 수당 증액 △하사 호봉 승급액과 중(소)위·하사 성과상여금 기준호봉 및 당직근무비 등의 공무원 수준 증액 △노후 간부숙소 리모델링 및 간부숙소의 1인 1실 전환 등을 약속한 상태다.

27일 육군3사관학교에서 열린 '육군3사관학교 제58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왼쪽)과 가족이 신임장교에게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육군 제공)2023.2.27/뉴스1

다만 이 같은 조치들이 '군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 초급간부 지원율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출생률의 지속적인 감소로 병역자원 자체의 숫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군의 한 소식통은 "당직근무수당, 전방지역근무수당, 주택수당 등을 공무원 수준을 넘어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사실 돈을 많이 주면 우수 자원들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지만 재정당국과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일단 평일 1만원·주말 2만원인 당직근무비를 각각 3만원·6만원으로 인상할 것으로 알고 잇고 초급간부의 본봉이 2025년에 병장보다 절대 적어지지 않도록 재정당국과 협조하겠다"며 "초과근무 수당의 경우 우선 야간 수당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방부는 지금은 사라진 군 복무 가점제도를 새로운 형태로 사회에 정착시키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적인 조건으로 군에 다녀오지 못한 인원이나 여성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겠지만 군 경력을 존중한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복무 관련 전문성을 살릴 분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초급간부 양성의 문제로 지적돼 온 '대량획득-단기활용-대량방출'의 구조를 끊고 '소수획득-장기활용'의 방향으로 갈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급간부의 의무 복무기간을 줄여 사회진출을 도우면서도 군에 남을 사람은 확실히 챙겨 전문성을 높여야 '과학기술강군'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아무리 최첨단 무기체계가 있고 군이 자동화되더라도 결국 군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고, 훌륭한 간부가 없으면 군은 망한다는 데 정부와 군은 공감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론 군을 보상과 복지가 충분하고 일할 보람도 있는 '좋은 직장'으로 만드는 게 이상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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