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새 오디션에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
(시사저널=하재근 문화 평론가)
정말 역대급 존재감이다. TV조선 《미스터트롯2》, MBN 《불타는 트롯맨》 등 사실상의 《미스터트롯1》 후속작이 두 편이나 방송됐는데도, 3년 전 《미스터트롯1》의 진이었던 임영웅의 위상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보통 오디션 스타들은 오디션 결승전 전후에 스타성이 절정에 달했다가 본격적인 활동 개시 후부터 스타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오디션 당시엔 시청자들이 자신의 분신처럼 출연자에게 몰입하다가 활동할 땐 그냥 여러 가수 중 한 명으로 보기 때문이다. 간혹 오디션 후에도 스타성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 경우에도 1년 정도 지나면 핫스타의 위상이 거의 사라진다. 하물며 3년 후 새 오디션을 할 때는 3년 전 우승자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미스터트롯2》 《불타는 트롯맨》은 방영 전부터 경쟁적으로 제2의 임영웅을 내세웠다. 두 프로그램 방영 중에도 인터넷 게시판에선 끊임없이 임영웅이 거론됐다. 최고 무대의 기준이 임영웅이 됐기 때문에 모든 경연 무대가 임영웅과 견주어졌던 것이다. 물론 임영웅 지지자들은 그를 많이 언급했는데 심지어 임영웅 반대자들도 'OOO이 임영웅보다 잘한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임영웅을 내세웠다. 그래서 경연기간 내내 가장 핫한 스타가 3년 전 우승자라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활동 안 해도 브랜드 평판 원톱
이 흐름은 경연이 끝나고 새로운 진이 등장했는데도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어느 오디션이든 결승 직후엔 새 우승자의 화제성이 모든 이전 출연자를 압도하게 마련인데, 이번엔 양대 오디션 결승 직후에도 변함없이 임영웅의 화제성이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임영웅은 최근 활동을 안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원톱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3월 가수 브랜드 평판에서 1위가 임영웅이다. 그리고 2위는 뉴진스, 3위는 방탄소년단이다. 뉴진스는 최근 가장 핫한 아이돌이고 얼마 전에 신곡도 내놨는데 임영웅이 1위다. 방탄소년단도 임영웅과 마찬가지로 활동을 안 했지만 여전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임영웅이 1위를 차지했다.
3월 트로트 가수 평판 순위에서도 임영웅이 27개월 연속 1위에 올랐다. 두 트로트 오디션 우승자인 안성훈과 손태진은 각각 2위와 4위다. 3위는 《미스터트롯2》 선을 차지한 박지현이다. 여기서 임영웅의 평판지수는 890만7600인데 안성훈의 평판지수는 532만404, 손태진의 평판지수는 506만7722로 아예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다. 안성훈과 손태진 모두 큰 팬덤이 형성된 1급 스타로 부상했는데도 임영웅이 스타 위의 스타로 군림하는 것이다.
임영웅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23만 관객을 돌파했다. 2021년 이후 개봉된 공연 실황 영화 중에서 5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단 두 편이었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 9만 명, 엔시티 드림 《더 무비: 인 어 드림》 6만 명 등이다. 그런데 임영웅 공연 실황 다큐 영화는 23만 명. 그야말로 초월적 스타의 초월적 수치다.
역대 1위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 셀프 인 서울》 34만 명이다. 2위는 방탄소년단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31만 명, 3위는 방탄소년단 《브링 더 소울 더 무비》 23만 명이다. 임영웅 영화가 3위권에 올라섰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사회현상이었다. 일반적으로 노래가 좋아서 가수를 좋아하는 그런 식의 인기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2002년 월드컵 신드롬은 우리 국민이 축구를 좋아해서 터진 게 아니다. 한국이 세계적 성과를 낸 것에 대한 이른바 '국뽕' 효과로 국민적 열광이 발생했다. 방탄소년단 신드롬에도 그런 국뽕 효과가 있었다. 우리의 뿌리 깊은 서구 콤플렉스를 날려줬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공연 영화가 30만을 돌파하던 시절엔 그런 국뽕 효과 신드롬이 뜨거웠다. 이런 사회적, 외부적 요인을 제외하면, 우리 국내에서 노래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가수 공연 영화의 20만 돌파는 넘기 힘든 선으로 보인다. 2021년 이후 공연 실황 영화 최고 기록이 9만 명이라는 점을 보면 그렇다. 그런데 임영웅이 23만 기록을 세운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이번 영화의 공연이 이미 공개됐다는 점이다. 임영웅은 자신의 공연 실황을 OTT에 그냥 공개했다. 추가 관람료도 받지 않고 해당 OTT 가입자라면 누구나 반복해서 다시보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공연 실황 영화 흥행에 재를 뿌린 것이다. 그러고도 23만을 넘겼으니 가히 역사적인 인기라 할 만하다.
최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관훈클럽에 초청됐을 때 식사자리에게 저출산 문제를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BTS가 임영웅을 이길 수 없다'면서 그 이유로 저출산 고령화를 꼽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영웅은 저출산 고령화가 아니었어도 1위를 했을 것이다. 지난 연말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30대 이하에선 29.4% 지지로 방탄소년단 1위, 40대 이상에선 33.0% 지지로 임영웅 1위였다. 여기서 고령화를 배제하고 30대 이하와 40대 이상 인구가 같다고 해도, 임영웅의 지지율이 더 높기 때문에 그가 전체 1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조사에서 30대 이하 순위권과 40대 이상 순위권에 모두 이름을 올린 가수는 임영웅이 유일했다. 즉 임영웅만이 전 국민 모든 세대의 고른 지지를 받는 셈이다. 이러니 저출산 고령화가 아니었어도 임영웅이 1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실력과 매력으로 대중 사로잡아
임영웅이 이렇게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은 그의 노래 실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높은 음을 잘 내고, 큰 소리를 우렁차게 내는 그런 차원의 실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실력이다. 별명이 '감성장인'일 정도로 그의 노래는 귀가 아닌 심장을 울린다. 《미스터트롯1》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그런 예다. 이 노래는 경연에서 부각될 만한 자극적인 곡이 아니다. 하지만 임영웅이 부르자 많은 국민의 마음이 움직였고, 고음이 쭉쭉 뻗는 그 어떤 노래들보다도 큰 화제를 일으켰다. 임영웅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국민은 부지기수이고 우울증·불면증 등이 치유됐다는 사람도 많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세련되게 구사해 폭넓은 지지 기반을 다졌다. 트로트 오디션을 통해 알려졌을 뿐 그는 트로트만 하는 가수가 아니다. 발라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들의 블루스》, 힙합 《아비앙또》, 록 《런던보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다양한 감동과 재미를 준다. 그의 공연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춤과 잔망미 등 넘치는 끼로 다층적인 매력까지 겸비했다. 인성 논란도 없고 미담만 속출한다. 외모의 매력도 수준급이다. 이런 매력 부자이기 때문에 최고의 자리에서 롱런한다. 이 정도 오디션 스타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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