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조용한 與원내대표 선거…"김학용-윤재옥 닮은꼴"
국민의힘이 곧 새 원내사령탑을 뽑습니다. 지난해 9월 주호영 원내대표가 선출된 지 약 반년 만입니다. 원래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지만, 주 원내대표가 중도 사퇴한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만 소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7일 오전 10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김학용-윤재옥' 2파전…"수도권 원대론" vs "TK 역할론"
김 의원은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영남 출신인 만큼 수도권 출신이 원내대표가 돼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겁니다. 김 대표와의 인연도 강조합니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 시절 정책위의장을 맡았을 때 김 의원은 수석부의장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습니다.
윤 의원은 'TK 역할론'을 강조합니다. 현재 선출직 지도부에 TK 출신 현역 의원이 없는 만큼 대구를 지역구로 둔 윤 의원이 원내대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TK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SBS에 "보수당의 기반이 TK인데 이번에 윤 의원이 비중 있는 역할을 맡지 않으면 TK 민심이 돌아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도 조용한 선거…"누가 되든 친윤 일색"
김 의원과 윤 의원은 닮은꼴입니다. 1961년생 소띠로 나이도 같습니다. 서로가 사석에서는 '학용아', '재옥아'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두 의원 모두 '친윤계' 인사로 분류됩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안성 보궐선거에 출마해 윤 대통령과 합동 유세를 벌였습니다.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의원 역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입니다. 대선 때 당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지낸 것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거친 언사나 비방도 없습니다. 두 후보가 서로를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선거철마다 흔히 도는 '지라시'도 없고, 동료 의원들의 관심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SBS의 질문에 "두 의원 모두 친윤이고, 누가 되든 당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며 "당일에 누구를 뽑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떨어지는 지지율…새 원내사령탑의 과제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더불어민주당은 35%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0대(18∼29세)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속히 빠졌습니다. 지난해 3월 넷째 주 국민의힘 20대 지지율은 40%였지만, 1년 뒤인 올해 3월 넷째 주는 22%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친윤계 독식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 69시간 근로시간을 둘러싼 혼선입니다. 집권당이 용산 대통령실만 쳐다보는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면서 당정 간 엇박자를 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표와 더불어 '투톱'으로 불리는 원내대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원내대표의 역할이 필요한 겁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여야 관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용산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도 민주당과의 협치를 추진해야 하는데, 김 대표가 '당정대 일체'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원내대표의 협상 재량권이 제한적일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협상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 역시 새 원내대표의 과제입니다.
원내대표 성공 방정식의 변수는 많습니다.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가 누가 될지도 관건입니다. 총선을 앞둔 여당 원내대표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될지 영광의 면류관이 될지. 선거는 조용히 치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성훈 기자sungh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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