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왜 프랑스 시민들은 반대할까?[The 5]

서보미 2023. 4. 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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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5][더 파이브: The 5] 연금 개혁, 프랑스와 다른 점
28일 프랑스 파리 거리에서 시위하는 시민들. 신화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지난 1월부터 매주 프랑스에선 정부의 연금개편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편 성공에 한발씩 가까워질 때마다 시위는 더 거세지고 있는데요. 정년을 늘리는 내용의 연금개편안에 프랑스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 뭘까요? 지금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연금 개편안과는 뭐가 다를까요? 임재희 사회정책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프랑스 정부가 일을 더 하라고 해서 시민들이 화가 난 건가요?

임재희 기자: 프랑스에선 노동자가 62살에 은퇴하면 곧바로 연금을 받습니다. 이 나이를 64살로 늦추는 게 개편안의 핵심입니다. 한 마디로 노동자더러 2년 더 일하라는 것이죠. 그만큼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늦게 받게 될 테니까요. 대신 연금은 지금보다 조금 더 챙겨준다는 거고요. 하지만 시민들은 “죽을 때까지 일하긴 싫다”며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많이 다릅니다. 60살에 정년을 채우면 63살부터 국민연금을 받잖아요. 2033년부턴 65살부터 받을 수 있고요. 3~5년의 소득 공백이 있죠. 게다가 노인빈곤율도 매우 높으니, 다들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거든요.

[The 2] 프랑스보다 우리가 연금 재정이 훨씬 더 나빠질 거란 이야기도 있어요. 정말 그런가요?

임재희 기자: 프랑스는 그해 노동자에게서 걷은 보험료(월 소득의 27.8%)로 그해 노인에게 연금(은퇴 전 소득의 74.4%)을 주는 ‘부과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가입자에게서 매달 돈(월 소득의 9%)을 받아 일부를 쌓아뒀다가 노후에 연금(은퇴 전 소득의 40%)으로 돌려주는 ‘부분 적립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연금 제도도 완전히 다르고 인구 구조도 달라서 ‘어느 나라가 더 위기’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 연금 지출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는 비교할 수 있어요. 프랑스는 지금 국내총생산(GDP)의 13.8%를 연금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린 아직 1.7%에 불과합니다.

국민연금은 누군가에겐 ‘용돈 연금’이지만 누군가에겐 유일한 노후 소득원이다. 클립아트코리아

[The 3] 프랑스 정부는 연금 개편에 성공하기 직전이라고 합니다. 우린 어디까지 와 있나요?

임재희 기자: 지금까지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를 이끌어 왔는데요. 이들이 위촉한 전문가집단 (민간자문위원회)에서 개편안 초안을 만드는 데 실패했어요. 보험료를 더 내게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대를 이뤘는데요. 지금처럼 연금을 줄지, 더 줄지 하는 부분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10월까지 내놓을 연금개편안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금 개편은 윤석열 정부 공약이었으니 대통령 의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The 4]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이면 바닥난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꼬박꼬박 내야 하나요?

임재희 기자: 정부는 여러 차례 사회보험인 국민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밝혀왔습니다. 기금을 다 쓰게 되면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국가가 지급 의무를 다할 거란 뜻입니다.

물론 기금이 고갈되면 노인이 연금을 받더라도 노동자들이 20~30%의 보험료를 내야 할 가능성도 있어요. 프랑스처럼 그해 걷어 그해 나눠줘야 하니까요. 근데 연금 개편을 하면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입자가 더 늘어나면 부담이 더 줄 수도 있고요. 여성이 일을 더 할 수 있게 하거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죠.

[The 5] 불투명한 국민연금에 돈을 안 내고 차라리 알아서 투자하고 싶단 사람들도 많잖아요.

임재희 기자: 평균 소득을 버는 사람이 보험료를 납부 기간 동안 총 100만원을 냈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죽을 때까지 대략 총 180만원을 받게 됩니다. 낸 돈보다 80%를 더해서 돌려받는 것이죠. 하지만 투자는 크게 잃을 수도 있잖아요. 언제까지 소득이 있을지, 언제 은퇴해야 할지 알 수가 없는데, 정부가 우리 돈을 굴려서 노후 소득을 얼마라도 보장해준다면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요?

더 중요한 건 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도 있다는 겁니다. 지금 연금 제도는 저소득층일수록 낸 보험료보다 많은 연금을 받게 설계돼 있거든요. 사회보험제도를 통해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좁히려는 장치입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프랑스의 연금개편안 추진 과정, 지금까지 논의된 국민연금 개편안 내용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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