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같이해요" "취미는?"... 교묘해진 사이비 포교, 청춘들 노린다

김청환 2023. 4. 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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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새내기 꿀팁’… "'도를 아십니까' 옛 방식 바꿨다"
‘하이브리드’ 진화 대학가 사이비·이단 위장 포교
“텔레마케팅, ‘○○마켓’, MBTI 접근 뒤 대면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공식 예고편. 유튜브 캡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화제가 되면서 사이비·이단 종교에 사회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에 정체를 숨긴 이들의 위장 포교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사이비·이단의 ‘하이브리드’ 방식 포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교 대상을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유인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사이비·이단에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내기 꿀팁’을 준다며 설문조사 참여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한 사이비 종교단체의 행태를 소개한 ‘요즘 ○○○ 대학생 포교 수법’이 올라온 이후 조회수 25만 회를 넘겨 인기 글로 꼽혔다.

문제의 ‘새내기 꿀팁’은 △공모전 준비에 자주 쓰는 응용소프트웨어(앱) △과제에 자주 쓰는 앱, 인터넷사이트 등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꿀팁’ 게시자는 ‘대학 새내기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심심해서 적어 봤다’며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하지만 이내 글은 ‘알찬 대학생활을 돕는다’는 한 대학연합동아리 ○○○의 설문조사로 이어진다. 설문조사는 처음엔 ‘꿀팁’ 글에 ‘찾아오게 된 경로’로 시작하지만 이내 이름, 나이, 성별, 학교, 학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묻기 시작한다. 답변 완료와 동시에 개인정보까지 탈탈 털리게 되는 셈이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접근… '도를 아십니까' 옛 방식과 차이 커"

게티이미지뱅크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하는 사이비·이단 포교의 옛 방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포교 대상자의 신상정보를 확보한 이후에는 고전 방식과 같이 ‘대면’ 접촉을 지속하며 신뢰 관계를 맺는 데 공을 들인다. 물론 포교 목적은 당분간 숨긴다. 이후 세미나, 성경 공부 등을 명목으로 대상자를 사이비·이단 종교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한 누리꾼도 댓글에서 이 ‘꿀팁’이 실은 사이비·이단의 위장 포교 수단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저들은 절대 ‘종교’를 주제로 사람을 모집하지 않는다”라며 “‘사람과의 관계’를 무기로 포교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친해지는 순간, 쉽게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걸 이용한다”며 “포교 대상자는 속마음을 잘 들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이와의 관계를 끊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교당한다. SNS 오픈 채팅방에서 '보드게임', '캘리그래피(손글씨) 모임', '독서모임', '생각모임', '볼링동호회' 등으로도 포교한다”고 전했다.

탁 소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사이비·이단 종교가 대학가에서 취미 동아리로 위장해 포교 대상자를 모집하거나, 길거리나 카페에 혼자 있는 대학생에게 접근해 설문조사를 한다며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으로 포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이같이 ‘비대면’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빼낸 뒤 ‘대면’으로 포교하는 ‘하이브리드’ 수법을 터득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사랑 이벤트 중인데, ○○님을 첫사랑으로 기억하는 분이 계세요..."

게티이미지뱅크

탁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텔레마케팅, 중고거래 플랫폼인 ‘○○마켓’, 성격유형검사(MBTI) 등 각종 신종 수법도 활용해 대학가에서 '하이브리드' 방식 포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사전에 신상을 파악한 포교 대상자에게 텔레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전화를 거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첫사랑 이벤트 중인데, 당신을 첫사랑으로 기억하는 분이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겼다. 만나볼 용의가 있느냐”는 식으로 접근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후 미인계를 활용하기도 하는 등 '대면'으로 본격 포교를 시작한다고 탁 소장은 전했다.

‘○○마켓’에서도 사이비·이단의 위장 포교가 활발하다는 소식이다. ○○마켓의 한 카테고리에 취미활동이나 운동을 같이 하자는 글을 올려 위장 포교의 통로로 삼는 것이다. 이후 SNS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포교 대상자와 일상을 공유한 다음, “성경말씀 세미나, 혹은 강의를 들어보지 않겠냐”고 하는 식으로 접근하며 '대면'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대학생의 관심을 모으는 MBTI도 사이비·이단의 위장 포교 수단으로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포교 대상자에게 무료 MBTI를 제공한 뒤 미술·도형심리상담 등 '대면'을 제안한다. 물론 고민을 잘 들어주는 이들의 속내는 사이비·이단 포교다. MBTI 대신 성격진단테스트(애니어그램)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탁 소장은 “기성 종교는 팬데믹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데 반해 사이비·이단 종교는 팬데믹을 통해 포교에 더 좋은 방법을 찾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들 단체는 온·오프라인을 같이 활용하면 포교 효과가 배가된다는 학습효과를 크게 느꼈기 때문에, 두 가지 다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상 교육·경품 의심해야", "개인정보 유출만 안 해도…"

이들에게 ‘낚이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상 교육이나 단체활동, 경품 등의 제공은 의심하고, 이를 위해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50% 이상은 대처가 된다는 게 사이비·이단 종교 탈퇴자들이 전하는 ‘꿀팁’이라고 탁 소장은 전했다. 이후 종교 관련 강의나 행사, 동아리에 참가 권유를 받게 된다면 개인 정보를 넘기기 전에 강사나 단체 수장 등이 어떤 종교단체나 교단에 속해 있는지, 사이비·이단 소속은 아닌지 찬찬히 검증해봐야 한다.

탁 소장은 “사이비·이단이 기성종교의 정통 교단의 것과 비슷한 단체·동아리명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한 템포 쉬면서 검증해 보면 분명 한 글자라도 차이가 있거나, 실제 소속된 곳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믿을 만한 교회 등 종교단체나 각 학교 교목실에만 문의해 봐도 사이비·이단 단체·동아리는 금방 구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취미 동아리로 위장한 사이비·이단 포교 단체도 많기 때문에 동아리에 가입할 때도 개인정보를 넘기기 전에 이 같은 검증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 현대종교 제공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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