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살기 가능해요"… '단기임대'로 눈돌리는 원룸촌 [Z시세]

서진주 기자 2023. 4. 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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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월세 계약을 맺는 단기 임대가 자취생 사이에서 인기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 부근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한 달 단기 임대 가능해요. "

최근 서울·수도권 등에서 짧은 기간(1~6개월) 동안 월세 계약을 맺는 '단기 임대'가 인기다. 대부분의 단기 임대 매물은 보증금으로 한 달치 임대료를 받는다. 보증금으로 1000만원 이상을 받는 일반적인 월세 계약과 달리 약 70만~80만원(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만 받는 것이다.

단기 임대는 단기간 출장을 나온 직장인이나 국내 여행을 온 관광객에게 인기였으나 최근 들어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수천만원대 보증금에 부담을 가졌던 대학생·사회초년생이 낮은 보증금에 눈길을 주면서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직방'에서 서울에 위치한 단기 임대 매물을 검색하면 1000건 이상이 나온다. 특히 원룸은 오피스텔·투룸·빌라 등보다 단기 매물이 더 많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중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공실을 방치하는 것보다 단기간이라도 임대를 내놓는 게 이득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기 거주할 대학생 구해요"… 코로나19가 바꿨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임대인들은 임차인을 최대한 사수하기 위해 '단기 임대'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사진은 서울 흑석동 대학가 근처 하숙·자취생을 모집하는 전·월세 게시판. /사진=뉴스1
주택 시장에서 단기 임차인이 인기를 끈 배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꼽힌다. 지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대학교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고 일부 기업이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하면서 자취생들은 대거 방을 빼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에 월세 시장은 공실 대란을 겪으면서 침체기에 빠졌다.

대부분 대학가에 위치한 월룸촌의 임대인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이후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됐음에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대학생이 등을 돌리자 임대인들은 '단기 임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권모씨(남·59)는 "1년 기준으로 임대계약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코로나19로 대학교 측 수업 일정이 유동적으로 변했다"며 "학생들이 장기간 계약을 꺼리는 상황을 고려해 '한 달 임대 가능' '단기 거주할 대학생 구함'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생긴 단기 임대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된 '빌라왕'(전세 사기) 사태도 단기 임차인이 등장한 배경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황모씨(여·61)는 "빌라왕 사태로 전세보다 월세가 선호되는 상황"이라며 "경제적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사회초년생·대학생에게는 단기 입주가 훨씬 부담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임차인, 집주인 마음 꽉 잡았다


임대인들은 단기 임차인을 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부동산 중개플랫폼에서 '단기 임대'를 검색한 결과물. /사진=강남원룸·직방
단기 임대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공실 채우기'다. 권씨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으로 세금 폭탄을 맞는 상황에서 공실로 방치하는 것보다 한 달이라도 월세 계약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임대인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쉬운 것도 장점이다. 최근 신용카드로 월세를 결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면서 대학생·사회초년생이 카드로 월세를 결제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권씨는 "카드 결제로 월세를 내는 임차인이 많은 상황이라 계약이 성사될 때만 현금(보증금)이 들어온다"며 "단기 임차인을 구하면 그때마다 보증금을 받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이 신용카드로 월세를 결제할 경우 임대인으로선 임대소득 노출,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젊은 임차인들이 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장 현금이 없어도 카드 결제로 월세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앱을 많이 이용한다.

장기 세입자와 겪는 분쟁도 집주인들이 단기 임대로 눈을 돌리는 데 한몫했다. 권씨는 "장기 세입자와 분쟁을 겪어본 집주인이라면 전세 임대를 꺼린다"며 "장기간 거주하는 이들을 함부로 내보낼 수 없으니 애초에 (장기 임차인을) 구하지 않으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더 바빠진 집주인… "1년 단위 월세 계약과 달라"


단기 임대를 제공하는 임차인들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단기 임대는 번거로움도 존재한다. 1년에 한 번 계약하는 일반 월세와 달리 짧은 기간에 세입자가 바뀌기 때문에 계약을 비롯한 매물 관리·소개, 청소 등 신경쓸 일이 많다. 황씨는 "새로운 세입자를 빠르게 구해야 공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매물을 소개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세입자가 들어올 때마다 방을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공실의 위험이 일반 월세보다 크다. 단기 거주를 한 임대인이 방을 뺐을 때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하면 공실이 된다. 황씨는 공실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지역별로 대학생·직장인·출장객·외국인 등 각 수요층을 고려해 이들에 맞는 인테리어나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단기 임차인이 무조건 방을 빼야 하는 건 아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어 임대 연장이 가능하다. 단기 임대인도 최대 2년 동안 임대기간이 보장되며 이 이후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더 요청할 수 있다.

권씨는 "최대 6개월 단위로 월세 계약을 맺지만 계속 거주하고 싶으면 연장이 가능하다"며 "임대기간이 만료돼 방을 뺀 단기 임차인이 2~3개월 뒤 계약갱신권을 쓰겠다고 찾아온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익률을 위해 단기 임대를 시도했다가 신경 쓸 부분이 많아 고충을 토로하는 집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서진주 기자 jinju31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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