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탄력! 원년 우승 이끈 부산의 괴수

김종수 2023. 4. 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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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외국인선수 열전② 클리프 리드

 

KBL 초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적지않은 선수들이 떠오를 것이다. 아무래도 첫 시즌을 뛸 선수들이다보니 많은 농구 팬과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제럴드 워커(49‧184cm)는 '외국인선수는 이런 존재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엄청난 탄력과 운동신경에 더해 노룩패스 등 화려한 플레이를 매경기 쏟아냈다.


칼레이 해리스(53‧183㎝)는 북치고 장구치고 꽹과리까지 쳐가며 전방위로 코트를 누볐고 원년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에릭 이버츠(49‧198cm)는 영리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로 백인 외국인선수의 성공모델을 보여주었으며 제이슨 윌리포드(50‧194.4cm)는 듬직하게 골밑에서 활약해주는것에 더해 외곽에서 3점슛까지 쏘아대며 분업농구에 익숙했던 국내 팬들을 놀라게했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 순간에 가장 빛난 외국인선수로는 클리프 리드(52‧190.4cm)를 들 수 있다. 비록 초대 외국인선수 MVP의 영광은 윌리포드에게 빼앗겼지만 로버트 윌커슨(49‧193cm)과 함께 '트윈 타워'를 이루어 부산 기아의 우승을 이끈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처음 선발하는 외국인선수이니만큼 당시 각팀들은 어떤 선수를 뽑아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지금처럼 인터넷만 치면 각종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아니었던지라 선수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저 트라이아웃 기간의 플레이만보고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였다.


장단신제도에서 무조건 장신 골밑 플레이어를 한명 뽑는 것은 당연했지만 나머지 단신 선수의 포지션에 대해서는 기준점이 모호했다. 근래에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면 단신 외국인선수라고해도 포인트가드는 잘 뽑지않는다. 실패 사례가 워낙 많았고 국내 선수로 대처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달랐다. 일단 단신 외국인선수중 개인기가 돋보였던 상당수가 1번에 포진하고 있던지라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워커와 해리스를 비롯 토니 매디슨(대구 동양), 에릭 텔리(광주 나산), 마이클 엘리어트(인천 대우) 등이 바로 그들이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기아 왕조를 이끌어오던 최인선 감독은 이른바 팀내 밸런스를 파악하고 보강하는데 능한 지도자다. 그는 테크니션 위주로 가던 다른 팀과 달리 단신 지명에서도 언더사이즈 빅맨 유형의 리드를 선택한다. 노장이기는 하지만 팀내에 국가대표 출신 김유택(197cm)에 백업 센터로 조현일(195cm)까지 있었지만 정상도전을 위해서는 ‘높이 강화’가 우선이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당시 강동희, 허재, 김영만으로 이어지는 1~3번 라인은 국가대표급이라 할 수 있었던지라 딱히 보강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외국인선수로 더블포스트를 구성함에 따라 내외곽에 걸쳐 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전력이 완성되었다. 당시 기아가 전체 1순위로 지명한 리드는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선수였다.


신장은 크지않지만 뉴멕시코 주립대 시절부터 리바운드에 일가견이 있었다. 단신임에도 슈팅능력, 드리블 등에서 투박한 모습을 노출했으나 서전트 점프 90cm의 폭발적인 탄력만으로도 초창기 KBL을 접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기아의 경우 국가대표 테크니션이 즐비하던 팀인지라 리드가 이것저것 할 필요도 없었다.


열심히 골밑에서 싸워주는 가운데 활발한 움직임으로 받아먹고 주워먹기만해도 어느 정도 득점이 보장됐다. 그렇다고 리드가 보는 맛이 없는 선수도 아니었다. 본인의 점프력을 활용해 틈만나면 덩크슛을 꽂아대며 원년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워커의 덩크가 화려하고 우아하다면 리드는 힘이 넘쳤다.


공격 리바운드를 잡고 바로 뛰어올라 우겨넣는 투핸드덩크슛은 NBA 스타 패트릭 유잉의 ‘고릴라 덩크’가 연상됐으며 속공 상황에서 터지는 원핸드 슬램덩크는 림안에서 폭탄이 터지는 느낌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때문에 리드가 마음먹고 파워 덩크를 성공시키면 기아의 기세는 올라가고 반대로 상대팀에서는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당시 기아의 더블포스트는 순수한 높이에서는 특별할게 없었다. 리드와 함께 호흡을 맞춘 윌커슨 또한 포지션은 센터였지만 언더사이즈 빅맨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리드와 윌커슨의 평균신장은 190cm대 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장신 외국인선수중 2m가 넘는 선수는 로인 해먼즈(대구 동양)뿐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큰 선수로는 198cm의 이버츠였다.


어차피 전체적으로 외국인 센터들의 키가 크지 않았던지라 딱히 문제될게 없었다. 파워포워드 라펠 맥길버리(190cm), 센터 토드 버나드(193cm)로 조합을 꾸린 대전 현대 정도가 기아와 더불어 외국인선수로 '트윈타워'를 구성한 팀이었다. 하지만 당시 현대는 주축 멤버들 대부분이 군복무중이었고 맥길버리, 버나드 조합은 리드와 윌커슨의 활약상에 미치지 못했다.


윌커슨과 리드의 궁합 역시 좋았다. 리드가 전형적인 언더사이즈 빅맨이라면 윌커슨은 본래 가드 출신이었다. KBL에서 뛰기위해 센터 포지션을 맡은 것 뿐이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야와 패스가 좋고 경기 흐름을 읽고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움직이는 센스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성향 또한 이타적이었던지라 허동만 트리오에 리드가 버티고 있던 팀의 센터로 안성맞춤이었다는 평가다.

 


리드의 진가가 제대로 터져나온 것은 1997~98시즌 챔피언결정전이다. 준우승을 했음에도 챔피언결정전 MVP를 받은 허재의 투혼으로 많이 유명해지고 기억되어지는 시리즈이지만 리드의 대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기아는 센터 저스틴 피닉스가 부상을 핑계로 태업을 벌인탓에 리드는 7차전 내내 풀타임을 소화하며 현대의 조니 맥도웰-제이 웹에 홀로 맡서야 했다. 만약 평균 정도 기량만 되는 외국인센터가 정상적으로 함께 해줬다면 당시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는 평가가 많다.

◆ 부산 기아 시절 성적
1997시즌 ☞ 21경기 평균 22.4득점, 10.7리바운드, 2.1어시스트, 2.1스틸, 1.2블록슛
1997~98시즌 ☞ 43경기 평균 17.7득점, 13.7리바운드, 1.5어시스트, 1스틸, 1.6블록슛
1998~99시즌 ☞ 40경기 평균 17.2득점, 12.3리바운드, 2.3어시스트, 1.1스틸, 1.6블록슛

◆ 안양 SBS 시절 성적(중도퇴출)
1999~2000시즌 ☞ 16경기 평균 16.9득점, 9.6리바운드, 3.5어시스트, 1.1스틸, 0.9블록슛

◆ 정규시즌 한경기 최다 기록
☞ 32득점(1997년 2월 27일 원주 나래전), ☞ 공격 리바운드 9개(1999년 3월 3일 수원 삼성전), ☞ 전체 리바운드 29개(1998년 1월 17일 인천 대우증권전), ☞ 어시스트 9개(1999년 12월 2일 부산 기아전), ☞ 스틸 5개(1999년 3월 3일 수원 삼성전), ☞ 블록슛 7개(1998년 2월 1일 원주 나래전)

리드를 1순위로 지명하고 2차례 챔피언결정전을 함께한 최인선 전 기아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장단점이 확실한 선수였다. 잘쓰면 그만한 선수가 없지만 그렇지않은 경우에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힘과 탄력이 좋아 골밑 몸싸움이나 제공권 경쟁에서 팀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딱 거기에서 멈춰야한다. 국내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내다보니 갑자기 슛을 막 던지는 등 에이스 놀이를 하거나 화려한 패스를 시도하다가 실책을 남발하는 날이 있다. 그때 잡아줘야 한다. 그래야 팀도 살고 본인도 산다고 생각한다"며 리드 사용설명서(?)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리드는 기아에서의 3시즌간 궂은 일을 소홀히하지 않는 파워포워드로서 팀에 일조했으며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SBS시절에는 멀리서 던지는 슈팅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을 비롯 외곽까지 나와 패싱게임에 적극 관여하는 등 이전의 플레이 스타일과는 다르게 경기에 임했고 결과는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센터 데이먼드 포니와의 동반퇴출이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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