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비극으로 끝난 21살 차이 부부…아내는 왜 남편을 살해했나
"사망 확인하며 계속 급소 찔러…남편의 모욕·기망행위 등은 참작"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연애 한 달 만에 결혼에 골인한 21살 차이의 부부가 결혼생활 두 달 만에 비극을 맞았다. 남편이 아내 손에 잔혹하게 살해된 것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부유하던 A씨(20·여) 집안은 한순간에 몰락했다. 아버지는 재혼했고,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으로 집을 떠났다.
때문에 A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남동생과 함께 시설을 돌아다니며 지냈다. 집안의 가장이 된 A씨는 학창시절 내내 레스토랑, 구이식당, 물류센터 등을 전전하며 일을 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운동에 소질이 있던 A씨는 전국체전, 유명 피트니스 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체대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했다. 그러는 사이 집안 사정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A씨는 결국 해서는 안되는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성매매에 발을 들인 것이다.
사업가 B씨(41)는 유흥업소에서 만난 손님 중 한 명이었다. B씨는 패션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A씨에게 "사업자금을 보태주겠다"며 이야기했고, A씨 또한 B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B씨는 A씨에게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줬고, 둘은 종종 만남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2022년 4월 A씨는 우연히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B씨를 만나게 됐다. 둘은 서로가 인연이라고 느꼈고,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했다. B씨는 결혼을 하게 되면 고가의 예물, 자동차, 주택 등을 사줄 것처럼 A씨를 꼬드겼고, 둘은 결국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돈이 많다"는 B씨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으며, 결혼 전 약속받은 주택, 예물, 예금 등도 하나도 받지 못했다. "패션 사업을 도와주겠다"는 결혼 전 남편의 말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B씨는 A씨에게 폭언과 모욕적인 말을 일삼았다.
같은해 6월 부부는 경제적인 문제로 또 다시 말싸움을 하게 됐다. A씨는 "그간 나에게 했던 모욕적인 말들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 결혼 전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아 배신감이 든다"며 화를 냈다.
B씨 또한 "스킨십을 자주 해주지 않는 것이 불만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화가 난 B씨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화가 극에 달한 A씨는 흉기를 들고 안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는 방에 누워있던 B씨에게 다가가 수십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끔찍한 범행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결국 B씨는 다발성 자상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범행후 A씨는 경찰서에 가 자수했고, 결국 살인을 비롯해 상해, 특수협박 등 별건의 다른 혐의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망 여부를 확인해 가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때 까지 급소를 찌르는 등 잔혹한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은 사망을 확인한 후에도 한동안 범행 장소인 주거지에 머무르며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나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다가 보다 수월하게 생계 또는 사업자금 마련 등 경제적 필요를 채우기 위해 성매매에 유입됐고, 사회경험이 부족한 탓에 다소 허황된 피해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혼인신고를 하고 성관계를 강요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인 범행 당일까지 약 2개월 동안 피해자로부터 받은 모욕, 성적 수치심, 기망행위 등 분노감정이 폭발해 이 사건에 이르게 됐다"며 사건 범행 경위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다. 2심에 이르러서는 1심에서 인정된 살인과는 별도의 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된 상해 혐의가 폭행 혐의로만 인정되면서 15년으로 감형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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