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K-칩스법’으로 반도체 투자 패권전쟁 날개 달까

변문우 기자 2023. 4. 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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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반도체 시설 투자 시 기업 부담 ↓
김학용 “기업투자 촉진” vs 장혜영 “대기업에 세금 퍼주는 특혜”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반도체 강국'은 언젯적 말인지 모르겠어요. 공장에 쌓인 반도체 재고도 엄청나요. 또 세계적으로 '반도체 투자' 패권 전쟁도 한창인데 삼성·SK 등 기업들은 여전히 정부 지원 없이 외롭게 싸우는 것 같아요." (반도체 기업 S사 직원)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반도체 업계를 덮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반도체 재고율은 265.7%에 달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전이었던 1997년 3월(288.7%)에 버금가는 수치다.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반도체 재고자산은 50조원을 넘겼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5조원 이상의 재고자산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발 반도체법은 세계 반도체 투자 전쟁에 참전 중인 국내 기업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28일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발표했다. 해당 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 인센티브를 포함한 527억 달러의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겉으로 보면 지원법안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전망치를 초과한 이익에 대해선 75%까지 미국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또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재무상태와 실적 전망치, 고용 계획 등을 제출하고 시설 접근도 허용해야해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의 유출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에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도 붙는다.

2019년 8월2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홍보관에서 관람객들이 반도체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K-칩스법' 국회서 통과…"韓 반도체 경쟁력 강화 위한 첫걸음"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도 발 벗고 나섰다.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해당 법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시설 투자를 할 경우 기본 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에 따르면, 설비투자에 따른 구체적인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 16%에서 25%로 확대된다. 또 올해에만 신성장·원천기술과 일반 기술 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2~6%포인트 상향하고 투자 증가분 10%를 추가 공제하는 '임시투자 세액공제' 제도도 포함됐다. 추가공제 적용 시 대기업은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K-칩스법 원안 중 하나를 대표 발의했던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반도체 패권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대한민국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게 됐다"며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많게는 수백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부담이 줄어들어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 확대 등 기업들의 투자가 촉진될 전망"이라고 자신했다.

재계도 K-칩스법 통과에 화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월30일 논평을 통해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시의성 있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며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같은 날 논평에서 "K-칩스법은 어려움을 겪는 우리 산업계 전반의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 활력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업계에선 최근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발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 반도체 업계 관계자인 김아무개(30)씨는 "앞으로 삼성·SK 같은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반도체 투자 패권전쟁에서 날개를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삼성이 발표한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투자도 특히 수혜를 입고 다른 기업들의 투자도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치솟은 반도체 재고율 문제는 전 세계적 불경기 속에서 떨어진 반도체 수요가 원인이기 때문에 K-칩스법이 통과됐다고 단기적으로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법을 통해) 국내기업 뿐 아니라 해외 외국 기업들도 우리나라 반도체 설비 투자에 모여들어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K-칩스법' 반대 의견도…"국민혈세 퍼주기, 산업 전략도 안 담겨"

다만 야권 일각에선 K-칩스법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경제가 어렵고 세수가 모자란 지금 5년간 7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반도체 대기업에 퍼주는 재벌특혜감세법안"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7조원이나 되는 국민 혈세를 아무 근거 없이 재벌 대기업에 퍼주자는 하명법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같은 날 "K-칩스법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관련법에 담긴 중요한 산업·사회 전략이 거의 담기지 않았다"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그린뉴딜, 사회적 뉴딜 성격의 정책이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과세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를 기존 주주 이해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뿐 아니라 수혜 대상이 된 재계 일각에서도 '추가 지원책'과 '보완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저한세 예외조항이 반영되지 않아 세 혜택 효과를 온전히 실감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K-칩스법 통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각각 19%→11.1%, 25%→13.7%로 낮아진다. 다만 17%인 최저한세율을 적용받으면 삼성전자는 2조2800억원, SK하이닉스는 4300억원의 세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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