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향해 가는 삶… 과거로 떠나는 나만의 추억 여행 [김셰프의 씨네퀴진]

2023. 4.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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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호두과자
무뚝뚝한 남편·시한부 판정 받은 아내
마지막 소원 첫사랑 만나려 함께 여행
헌신하기만 했던 아내와 추억 되짚어
잠시 들른 휴게소서 무심코 산 호두과자
자연스럽게 새겨진 가족 사랑 큰 울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슬픈 결말을 예상하면서 눈물을 닦을 티슈를 챙겨 가는, 유쾌하면서 눈물짓게 되는 영화가 바로 ‘인생은 아름다워’다. 무뚝뚝한 남편과 헌신적인 아내, 이별을 준비하면서 겪는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장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류승룡과 염정아 주연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무뚝뚝한 남편 진봉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 세연의 마지막 소원인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들어주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온 세연은 무뚝뚝한 남편에 비해 늘 긍정적이고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으레 하던 건강검진 결과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담담한 세연과 냉랭한 진봉의 반응은 조금 의아할 정도이다. 아마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에 오히려 감정이 무뎌진 것 같다. 세연은 자신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 아침으로 냈다가 수능 준비 중인 아들 앞에 미역국을 냈다고 핀잔을 듣는다. 이에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며 결심한다. 죽기 직전엔 엄마나 아내가 아닌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세연의 소원은 학창 시절 첫사랑을 만나는 것. 남편 진봉은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못 이기는 척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려 함께 전국 여행을 떠난다. 서울에서 목포, 부산, 청주, 다시 해남 땅끝 마을로 세연의 첫사랑을 찾아 여행하는 두 사람. 무뚝뚝하게 살아오는 법만 알았던 남편과 헌신하기만 했던 아내는 서로의 지나간 추억을 되짚으면서 오랜만에 울며 웃고 마지막에 미소 지으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그녀의 첫사랑은 사실 자기보다 자신의 친구를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되고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우유 아이스크림과 호두과자
#엄마의 도시락과 휴게소 호두과자

‘인생은 아름다워’는 뮤지컬 영화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옛 노래들은 영화의 내용에 깊게 이입하게 해준다. 특히 가수 이문세의 노래가 자주 나오는데 한창 그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였던 만큼 한 곡 한 곡이 심금을 울린다. 음악과 함께하는 배우들의 춤 솜씨도 흥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영상은 빛나고 노래들은 아름답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세연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자기의 삶은 마지막을 향해 가는데 자식들의 무관심과 남편의 무뚝뚝함은 여전해 조금씩 상처로 스며들듯,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식들의 반찬을 싸던 엄마의 새우튀김도 까맣게 타들어 간다. 튀김 요리는 집에서 하기 쉬운 요리는 아니다. 튀기는 자체도 어렵지만 조리 후 정리가 난감한 경우가 많다. 튀기고 남은 기름을 처리하는 것도 가정집에서는 쉽지 않다. 그래도 엄마가 새우튀김을 하는 이유는 가족들이 좋아하는 반찬이기 때문이다. 까맣게 타버려 다시 준비하지만 차갑게 남겨진 새우튀김을 먹으며 세연은 마지막은 자기를 위해 살아보자 다짐한다. 전국 일주 정도의 여정 중 목포로 가는 길에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뮤지컬 신은 설레는 그녀의 마음을 표현하듯 유쾌하고, 슬픈 내용 속에서도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어 준다. 여행 중 휴게소에서 세연은 호두과자 하나를 사 오는데 그 호두과자마저 남편 진봉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녀의 헌신은 단순히 엄마로서가 아닌 마음속 깊이 자연스럽게 새겨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두과자

고속도로 휴게소의 단골 간식 호두과자는 구운 버터감자와 더불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 아닐까 싶다. 갈색의 동그란 호두 안의 작은 호두 알갱이와 단팥의 조화는 커피와도, 하얀 우유와도 찰떡궁합이다. 자매품으로 땅콩과자도 곁들이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두과자 하면 천안이 생각나는데, 고려 말 통역관이던 유청신이 원나라에 수행을 다녀오던 중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얻어 와 현재의 천안 근방에 심어 호두가 천안의 특산물로 재배되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누가 먼저 호두과자를 개발했는지는 여러 가지 설이 많지만, 천안의 호두로 1934년 조귀금·심복순 부부가 빵과 호두를 섞어 구워 만든 것이 지금의 호두과자의 시작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호두과자를 올린 우유 아이스크림

<재료>

호두과자 5알, 우유 300㎖, 생크림 30㎖, 설탕 50g, 옥수수 전분 15㎖, 녹차 파우더 약간, 바닐라빈 약간, 민트 약간

<만들기>

① 우유를 냄비에 넣고 설탕을 녹여준다. 바닐라빈과 크림을 넣은 후 천천히 끓이고 전분을 넣어 버무려 가며 쫀쫀한 식감을 더해준다. ② 통에 담은 후 냉동고에 넣고 15분마다 포크로 저어주며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③ 아이스크림 위에 호두과자와 민트를 올린다. ④ 녹차 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그리에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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