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도 보게 만들던 김순옥 작가, 변심이라도 한 걸까('판도라')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3. 4. 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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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 의 상자를 열었을 때 의외로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김순옥 작가의 향기는 거의 나지 않았다.

<판도라> 는 예고부터 SBS <아내의 유혹> 과 <펜트하우스> 로 대표되는 김순옥 작가의 입김이 강하게 밴 드라마인 것처럼 포장해왔다.

하지만 <판도라> 의 상자를 연 이후에는 대중들이 김순옥 작가하면 떠올릴 만한 것들은 없었다.

나름 거창한데 전혀 거창해 보이지 않는 게 <판도라> 의 첫 인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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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지만 김순옥의 향기는 나지 않는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토일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의 상자를 열었을 때 의외로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김순옥 작가의 향기는 거의 나지 않았다. <판도라>는 예고부터 SBS <아내의 유혹>과 <펜트하우스>로 대표되는 김순옥 작가의 입김이 강하게 밴 드라마인 것처럼 포장해왔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드라마의 정보도 김순옥 작가의 색깔이 꽤 강했다. 과거를 잃은 여주인공 홍태라(이지아)가 복수하는 이야기라니, 딱 김순옥 작가 드라마의 골격과 비슷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이후에는 대중들이 김순옥 작가하면 떠올릴 만한 것들은 없었다. 대신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수많은 영화나 OTT에서 보아왔던 장르들이 뒤죽박죽 섞인 채 그대로 드러난다.

<판도라>는 첫 회에 IT기업 패치를 이끄는 표재현(이상윤), 장도진(박기웅), 구성찬(봉태규)이 스마트패치를 착용한 슈퍼 침팬지 레드를 세상에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애플의 신상품 소개 쇼를 보는 것 같은 화려하고 임팩트 있는 장면이어야 했다. 하지만 시청자는 이 순간 판단이 흐려진다. 과연 이 장면은 진지한 장면인가, 아니면 코믹한 장면인가?

일단 <판도라>의 전개로 볼 때 기업 패치와 표재현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장면을 부각시키기에 이상윤과 박기웅, 봉태규는 그렇게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젊은 배우들의 조합은 진지보다 코믹 쪽에 더 가까운 구성이다. 하지만 <판도라>는 생각보다 진지한 드라마여서 주인공들은 열심히 연기해도 뭔가 헛발질 하는 느낌이 강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나 설정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뽑아낼 만큼의 힘이 없다.

여주인공 홍태라는 과거를 잃은 여주인공인데, 흡사 영화 <마녀>의 주인공처럼 훈련된 킬러 같은 존재다. 이제는 대중에게 친숙한 설정이라 새롭지는 않다. 그렇기에 킬러의 과거를 지닌 여주인공으로 삼았다면 긴장감과 속도감은 필수다. 하지만 <판도라>는 첫 회 내내 홍태라의 과거 모습인 오영을 설명하기 위해 너무 긴 시간을 소비했다.

여기에 딱히 흥미진진하지 않은 장도진의 불륜과 표재현의 대선 출마를 통한 정치 드라마의 장르들이 녹아들지는 않고, 서로 겉돈다. 나름 거창한데 전혀 거창해 보이지 않는 게 <판도라>의 첫 인상인 것이다.

이후에도 <판도라>는 딱히 흥미로울 만한 떡밥을 던지지는 못한다. 오히려 홍태라의 과거가 밝혀질수록 드라마의 속도는 더욱 느려진다. <판도라>는 오영이 갇혀서 훈련받던 한울정신병원의 과거 서사를 설명하느라 과거와 현재를 또 오가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롯은 OTT의 등장 이후 시리즈물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판도라>는 그 방법을 아주 단순하고 지루한 방식으로 이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 서사에 방해가 되는 느낌을 주는 게 전부다.

여기에 한울정신병원의 김선덕(심소영) 원장 캐릭터 역시 총체적 난국이다. 홍태라의 과거를 보여주는 인물이자 이 드라마의 악역 중 하나다. 하지만 김선덕은 섬뜩하기보다 유치하며, 홍태라의 과거를 계속해서 설명하느라 급급하다.

화려한 액션 장면 역시 처음에는 볼만한 눈요기였다. 하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복잡하면서도 지루한 전개를 커버하려는 수단인 것처럼 보인다. 액션신도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지루해지고.

이처럼 지지부진 하다 보니 침팬치 레드의 죽음이 표재현의 계획이었다는 반전 역시 딱히 임팩트 있게 다가오진 못한다. 그리고 <판도라>의 상자 안에 아무리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남아 있어도, 시청자는 이쯤에서 상자를 닫아버릴 가능성이 지금은 더 높아 보인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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