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이 호재?...15% 넘게 급등한 이 기업, 살까 말까 [MK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4. 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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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정기주주총회 <DB하이텍>
진통 끝에 물적분할이 결정된 DB하이텍에 또 다시 폭풍이 불어닥칠 조짐입니다.

DB하이텍은 지난 달 30일 시간 외 거래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다음날 장 초반 16%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이는 하루 전 국내 행동주의 펀드이자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DB하이텍 지분 7%를 확보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DB하이텍이 추진 중이 팹리스 사업부 물적 분할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주들은 사업부 물적 분할이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며 반대해왔습니다.

강성부 KCGI 대표
앞서 지난 30일 오후 KCGI는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를 취득했다고 밝혔습니다. KCGI 산하 캐로피홀딩스는 이날 장내매수 방식으로 DB하이텍 주식 312만8300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분 보유 목적은 ‘경영권 영향’으로 공시했습니다.

KCGI가 DB하이텍을 선택한 것은 물적분할 이슈 때문입니다. 지난 29일 개최된 DB하이텍의 제 70회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치열한 표대결 끝에 DB하이텍의 팹리스 사업 물적분할 안건이 가결됐습니다. DB하이텍은 이 자리에서 분할 회사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상장 진행 여부에 대해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주들은 회사가 여전히 5년 후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한 차례 물적분할을 추진했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물적분할 안건을 재의결했습니다.

브랜드 사업부는 비주력인 팹리스 사업을 담당하는 곳으로, 2007년부터 모바일·TV 디스플레이 화소를 조절해 색상을 표현하는 DDI 등 일부 제품을 직접 설계해 자체 브랜드로 만들고 있습니다. DB하이텍은 이를 자회사로 떼어낸 후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전환해 고수익 전력반도체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DB하이텍이 내세운 순수 파운드리는 TSMC, U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전략 방향이기도 합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창업 이래 ‘고객(팹리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모토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UMC 역시 설계사업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한 후 본업인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사업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렸습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물적 분할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할 후 신설 자회사가 상장되어 기업 가치가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분할 계획서에 분할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신설 자회사를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DB하이텍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또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5년 뒤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5년 이내’ 조항을 삭제해 주기를 촉구해 왔습니다.

향후 큰 입김을 내게 될 KCGI는 아직 까지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다만 DB하이텍의 물적 분할 추진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진취적인 의지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분할은 시급을 다투는 일이 아니므로 시간을 두고 충분한 협의와 설득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가 제외된 일반주주들만의 표결을 구하는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덧붙여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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