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만18세 월 100만원 지급’ ... 재탕삼탕 저출산 대책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年 90조원 예산 필요해 ‘부적절’
저소득 신혼부부 출산 주저해
집값 낮추고 月40만원 지급시
출산율 높이는 효과 나올 것
전세자금대출 줄이며 집값 빼고
月600 미만 맞벌이에게 희망 줘야
“역시나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30대인 기자 주위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출산하면 새 집 주고, 돌봄지원 많이 해주겠다는 내용인데요. 기존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재탕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터넷상에선 국민의힘이 제안한 월 100만원 현금지급이 더 현실적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과연 그러할까요? 통계로 따져봤습니다.
행안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상 지난 2월 기준 만0세~만18세 인구는 약 770만명입니다. 이들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하면, 연간 소요되는 예산은 연 92조원에 달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예산이 올해 639조원입니다. 올해 저출산 예산이 얼마인지는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년간 저출산 예산으로 280조원을 썼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연평균 저출산 예산은 약 18조원 가량 쓴 것이 됩니다. 18조원이라고 가정하면 울해 예산 중 약 2.8%가 저출산 예산인 셈입니다.
국민의힘서 검토한 월 100만원(연간 92조원 소요)은 현재 저출산 예산(18조원) 대비 5배나 많습니다. 정부 입장선 추진하기 부담스러운 수치입니다. 취지는 좋으나 만약 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빚을 낸다면? 세수도 안걷히는 상황서 천문학적 돈을 시장에 푸는격이어서 물가를 더 자극하게 됩니다. 그나마 국내 경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정부 부채도 급속하게 늘어나게 되고요. 국민의힘 검토안이 솔깃하지만 현실화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더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수쪽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더 많은 현금성 지원을 저소득 가구에게 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36조원이면 현재의 저출산 예산(18조원) 대비 2배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정부 빚을 추가로 안지고 정부 내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도 이는 달성 가능한 수치입니다. 수차례 제 기획기사에서 강조했지만 시도 교육청 예산(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낭비되는 예산만 줄여도 추가로 10~20조원 확보는 가능합니다. (지난기사 참고)
미국은 현재 월 3000달러(약 40만원)를 만 17세 이하 가정에게 지급하고 있죠. 이를 따라 가자는 이야기입니다. 월 40만원이란 수치는 별거 아닌것처럼 보여도 저소득 신혼부부에겐 ‘유인책’이 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일자리를 잃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최소한 아이를 굶기지 않을 수 있다는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출산율 감소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 가구 내에서도 아이를 낳을 ‘조금의 인센티브’ 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앞서 살펴봤듯이 저소득 가구가 출산율 하락이 가장 크다고 말씀 드렸죠. 이는 집값 때문입니다. 국토연구원은 올해 초 집값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죠.
집값을 더 연착륙시키기 위해선 공급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말도 안되게 공급되는 ‘유동성’을 빼야 합니다.
전세자금대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면, 집값 하방지지선 역할을 하는 전세가가 하락하게 되서 매매가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번에 저출산위가 주택구입시 혜택을 주겠다고 한 신혼부부 소득기준이 세전 기준 연 8500만원(세후 기준 월 600만원 미만)입니다. 월 600만원을 벌고 1억을 모은 신혼부부 가정을 생각해보고 따져보겠습니다.
이들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1시간 거리대에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하는데 현재 가격은 6억원 가량입니다.
5억원을 대출 받는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서 가능한데, 20년 만기, 4% 금리를 가정하면 월 300만원을 써야 합니다. 월 600만원의 절반을 6억 안양아파트를 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생활비에다가 각종 경조사비까지 합치면 월마다 따로 남는 돈은 최대 50만원에 불과합니다. 이들이 결혼까진 했지만 아이까진 굳이 낳지 말자고 다짐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집 값을 적정가격으로 추정되는 지금보다 30%(2017년 가격) 더 낮춘다면? 4.2억원에 살 수 있습니다. 정부가 주는 금리혜택(2.65%)과 20년 만기, 그리고 대출금액(3.2억원)을 합치면, 이들이 월마다 드는 돈은 160만원 가량에 불과합니다.
거기다가 아이 1명을 낳으면 월 40만원도 지급됩니다. 그러면 현재 높은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소득의 절반을 쓰는 것과 다르게, 아이에 대한 나라 지원까지 합치면 소득(600만원+40만원)의 25%만 집에 쓰는 구조가 됩니다. 생활의 팍팍함이 덜해지고 그만큼 아이를 낳을 유인이 생기는 원리죠.
월 500만원 버는 사람이면 그만큼 약간 오래된 아파트에 가면 됩니다. 구조는 똑같습니다. 현재의 높은 집 값은 주택에만 몰빵하게끔 해서 출산을 방해합니다. 적정 수준으로 집 값을 떨어트리지 않는한 청년층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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